
청소년 극우화 문제를 다룬《시사IN 》(2026.2.3)에서《토끼풀》과 공동기획으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토끼풀》은 좌파 신문이다?
“《토끼풀》은 좌파 신문이다. 찢어버리자!”
우리가 만든 신문을 본 어느 중학생이 한 말입니다. 단순한 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는 이 말에서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정치적 극단화를 실감합니다. 청소년, 특히 남자청소년들 사이에서 극우적 가치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토끼풀》은 2024년 4월, 서울 은평구에 있는 중학교 학생들이 창간한 청소년 언론입니다. 현재 4개 중학교, 32명의 기자들이 함께 활동하며, 한 달에 한 번 약 1,000부의 종이 신문을 발행합니다. 기사 작성부터 편집과 디자인까지 모든 과정을 청소년이 맡습니다. 신문은 청소년의 시선으로 사회문제를 다루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후동행카드(요금을 할인해주는 서울형 교통패스) 청소년 배제 문제, 비민주적인 교칙, 학교 내 언론의 자유 부재 등 그동안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습니다.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당시, 청소년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호외를 발행해 계엄 선포의 위법성과 비민주성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토끼풀》은 청소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언론 활동이 ‘정치적 편향’이라며 일부 학생들에게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비판한 이후로는 공연히 적의의 대상이 되어 이른바 ‘애국보수청년단’을 자처하는 극우 학생들에게 신문이 찢기거나 공개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청소년들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인정하지 못하고 공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극우 이념이 확산되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혐오와 조롱이 일상이 된 교실
청소년 극우화의 시작은 노무현 조롱 문화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2010년 중반, 노무현 전 대통령 목소리와 사진을 합성해 조롱하는 영상이 인터넷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유행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지요. 이 영상들은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거쳐 청소년에게까지 확산되었고,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일베발’ 혐오와 조롱 문화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소셜 미디어, 숏폼의 유행과 결합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오며 남자청소년들 사이에 더욱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청소년들 중엔 그 배경을 전혀 모른 채 단순히 ‘옛날 인터넷 밈’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미는 약화됐지만 형태는 계속 전파된 셈입니다.
많은 남자청소년들이 이런 문화를 ‘재미’ 혹은 ‘일탈’이라고 여기며 친구들과 여기저기 퍼트립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도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학교 곳곳에 ‘노무현 운지’ ‘밀지 마라’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조롱하는 낙서가 흔하게 보였습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타살이다”라거나 “(노무현은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등 터무니없는 음모론이 농담처럼 웃음의 소재로 쓰이곤 했습니다. 이런 문화가 자리잡은 것은 ‘조롱의 쾌락’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자청소년들은 학교가 권하는 올바름보다는, 금기를 깨며 느끼는 해방감에 더 쉽게 끌립니다.
그러나 그런 친구들에게 문제가 있는 행동이라고 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적을 하면 ‘진지충’이라는 또 다른 혐오의 말이 돌아오고, 친구들 사이에 ‘재미를 재미로 즐기지 못하는 애’라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도 이런 문화를 전반적으로 인지하고 있을 겁니다. 교실에서 노무현 조롱 발언이 들리면 “부적절한 표현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하다” 하면서 제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지나치지 말고 이러한 문화가 어디서 유래된 것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학생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이 ‘고인 모독’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는 것이 남자청소년들 사이에 또 하나의 ‘재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필터없이 자극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는 극우 유튜버들과 온라인 커뮤니티가 문제입니다. 이들은 장애인, 여성, 노인, 조선족 등 약자를 폄하하고 조롱하는 말을 ‘유머’로 포장해 퍼트립니다. 이런 영상의 주 시청자인 남자청소년 중 일부는 그런 주장을 사실로 굳게 믿기도 합니다. “이민자들 때문에 세금이 낭비된다”거나 “중국인들 때문에 범죄율이 증가한다” 같은 근거 없는 주장은 청소년들의 대화에서도 자주 인용됩니다.
극우 이념과 약자 혐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극우 담론은 사회문제의 원인을 사회적 약자에게 돌리고, 대중의 분노를 결집시킵니다. 학교 안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우리 대 그들’ 구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발언에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차별과 혐오는 청소년들에게 점점 일상이 되어갈 것입니다.
왜 청소년 중에서도 특히 남자청소년의 극우화 문제가 심각한지도 다뤄야 할 문제입니다. 남학생들은 점점 더 ‘남성다움’의 기준이 흔들리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여성 인권이 신장했고, 사회 전반에서 젠더 감수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남성성의 전통적 기준이 흔들리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일부 남학생들은 자신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기도 합니다. 이때 극우 담론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남성은 피해자다” “페미니즘이 문제의 원인이다” 같은 논리가 다수 남자청소년에게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페미니즘과 여성 인권에 대해 배우는 ‘인권 동아리’ 수업을 들었는데, 친구들에게 “페미니즘은 남자를 혐오하며 사회 갈등을 유발한다”부터 “넌 남자인데 운동이나 하지 왜 그런 수업을 듣냐”는 말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청소년을 극우 담론으로 유인하는 또 다른 길도 있습니다. 현재 경쟁 중심의 교육 환경에서 성적, 입시, 비교 등은 청소년들에게 계속해서 불안을 강요합니다. 그러나 이를 해소할 사회적 통로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극우 담론은 분노를 표출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화교는 수능 7등급도 서울대 의대 간다”는 말처럼 누군가 부당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분노를 유발하고, 적을 만들어 불만을 그들에게로 돌립니다. 지친 청소년들에게 복잡한 사회문제를 단순하게 설명해주는 메시지가 일종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창구가 된 것입니다.
계엄 이후 청소년 극우화의 새로운 국면
작년 12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청소년의 극우화 문제는 한층 더 뚜렷해졌습니다. 일부 극우 매체들이 퍼트린 “민주당은 우리나라를 공산화시키려는 반국가세력이고, 윤 대통령의 계엄은 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주장을 청소년들이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학생들이 즐겨 보는 유튜브 <꽃보다 전한길>, <가재맨> 등은 원래 공부법, 게임 등 남자청소년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루는 채널이었습니다. 정치와는 무관했지요. 그런데 전한길이나 가재맨이 ‘소신 발언’의 형태로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옹호하거나 “민주당의 잘못이 더 크다”는 등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 발언은 많은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유튜버의 주장은 일단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니까요. 이것이 많은 청소년들이 극우 논리를 접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러한 극우 성향 인플루언서들이 공식 석상에 문제없이 출연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유튜버 배인규 씨가 광주의 한 고교 축제에 초청받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방송에서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을 주장한 바 있는 유명 래퍼 정상수 씨가 충암고 축제에서 “윤 어게인!”을 외치며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극우 인플루언서들은 자극적인 말과 행동을 미끼로 청소년들을 유인합니다. 이런 주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학생들은 처음에는 그저 재미로 보다가도 그들을 추종하게 되고, 결국 극우 이념에까지 물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자청소년들 사이엔 이미 극우적 시각이 다수의 인식이 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남자 고등학생은 《토끼풀》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반 서른두 명 중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헌법재판소 판결 당시 반 전체가 화면으로 재판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파면이 선고되자 재판 결과에 대한 의문이 쏟아졌고 “대한민국은 더 이상 법치국가가 아니다!” 같은 격렬한 반응이 나왔다고 합니다. 물론 학교에 따라 반응이 크게 다를 수도 있겠지만, 한 남학교의 사례를 보여주는 이 인터뷰는 남자청소년의 극우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문제는 이런 목소리를 내는 학생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10대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게임 ‘로블록스’ 안에서 지난 7월 31일 저녁에 벌어진 집회 때 “한미동맹 영원하라” “윤 어게인” "멸공 자유대한민국 만세" 같은 구호가 등장했다.
청소년은 왜 극우 매체를 신뢰할까
왜 청소년들은 극단적 매체를 신뢰하게 되는 걸까요? 이제 청소년들은 신문이나 TV 뉴스 등 전통적인 미디어보다 숏폼,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보를 접합니다. 문제는 이들 플랫폼이 ‘사실’보다 ‘자극’을 우선한다는 점입니다. 자극적인 영상일수록 더욱 확산되는 플랫폼 환경 속에서 ‘중립’을 가장하며 교묘하게 극단적 논리를 옹호하는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언뜻 보면 객관적인 뉴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진영의 프레임을 교묘하게 주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카드뉴스를 운영하는 한 계정의 실제 소유주를 확인해 보니 극우 이념을 홍보하는 단체로 확인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유사 언론들은 정보를 원하는 방향으로 편향시켜 내보내지만 많은 청소년들은 여과없이 이러한 매체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중국인 무비자 입국 추진 당시에는 “중국인들이 한국인 납치와 장기밀매를 저지른다”는 가짜뉴스가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확산됐습니다. 제 주변의 많은 청소년들이 이를 사실로 믿었습니다. 기자인 제게 SNS의 게시물을 보여주며 “이게 진짜인지 확인 좀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SNS에서 수제 호신용품 제작법이나 키링 등 다양한 호신용품을 소개하는 영상이 청소년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무비자 입국이 시행된 9월, 온라인 쇼핑몰에선 호신용품 매출이 지난달 대비 2.5배가량(157%) 늘었다고도 하지요. 이후 팩트체크 기사가 나와도 청소년들은 “기성 언론이 진실을 숨긴다”며 오히려 더 큰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극우 콘텐츠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일단 막연한 불안감을 심은 뒤, “기성 언론은 다루지 않는다. 우리가 진실을 말한다”는 구호로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입니다. 이런 전제를 통해서 극우 콘텐츠는 자신들의 정보를 ‘절대적 진실’로 포장합니다. 청소년들은 결국 ‘무비판적 신뢰’와 ‘무차별적 불신’ 사이를 오가며 올바른 정보 습득 능력을 잃게 됩니다.
지금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
이처럼 청소년 극우화의 가장 큰 원인은 미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청소년 극우화를 막기 위한 첫걸음은 교육에서 ‘생각하는 힘’, 즉 ‘비판적 읽기 능력’을 기르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수준의 간단한 의심조차 없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단순히 가짜뉴스를 경계하라는 경고를 넘어, 어떠한 정보를 접할 때 ‘이 정보는 왜 만들어졌을까’ ‘누가 이익을 보는가’를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다음으로는 학교 안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합니다. 《토끼풀》 같은 청소년 언론이 검열받지 않고 교실에 자유롭게 배포될 수 있어야 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막는 순간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왜곡된 정보입니다. 《토끼풀》은 서울 은평구 4개 학교에 신문을 배포하고 있는데, 학교의 문제점을 조금만 비판해도 우호적인 톤으로 기사를 수정하라는 압력이 들어옵니다. 그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신문 배포 금지는 물론 웹사이트에도 기사를 올리지 못하게 합니다. 지난달엔 한 중학교에서 사전에 허락받고 배포한 신문을 모두 압수당하기도 했습니다. 극우 매체와 가짜 뉴스에 맞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려고 하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교육의 장인 학교는 청소년들에게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남자청소년의 극우화는 단순히 정치 성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극우 매체들은 “우리는 애국자, 반대편은 반국가세력”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청소년들이 이러한 주장에 물드는 현상은 위험합니다. “나는 정상, 너는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결국 혐오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민주주의 교육을 통해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대화를 시작한다면 건전한 정치적 논쟁이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극우화의 반대는 ‘진보화’가 아니라 ‘대화와 이해의 복원’입니다.
_서부건 (청소년 언론《토끼풀》에서 활동하는 중학생. 문화부장을 거쳐 지금은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 글은 계간《민들레》158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청소년 극우화 문제를 다룬《시사IN 》(2026.2.3)에서《토끼풀》과 공동기획으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토끼풀》은 좌파 신문이다?
“《토끼풀》은 좌파 신문이다. 찢어버리자!”
우리가 만든 신문을 본 어느 중학생이 한 말입니다. 단순한 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는 이 말에서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정치적 극단화를 실감합니다. 청소년, 특히 남자청소년들 사이에서 극우적 가치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토끼풀》은 2024년 4월, 서울 은평구에 있는 중학교 학생들이 창간한 청소년 언론입니다. 현재 4개 중학교, 32명의 기자들이 함께 활동하며, 한 달에 한 번 약 1,000부의 종이 신문을 발행합니다. 기사 작성부터 편집과 디자인까지 모든 과정을 청소년이 맡습니다. 신문은 청소년의 시선으로 사회문제를 다루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후동행카드(요금을 할인해주는 서울형 교통패스) 청소년 배제 문제, 비민주적인 교칙, 학교 내 언론의 자유 부재 등 그동안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습니다.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당시, 청소년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호외를 발행해 계엄 선포의 위법성과 비민주성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토끼풀》은 청소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언론 활동이 ‘정치적 편향’이라며 일부 학생들에게 공격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비판한 이후로는 공연히 적의의 대상이 되어 이른바 ‘애국보수청년단’을 자처하는 극우 학생들에게 신문이 찢기거나 공개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청소년들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인정하지 못하고 공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극우 이념이 확산되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혐오와 조롱이 일상이 된 교실
청소년 극우화의 시작은 노무현 조롱 문화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2010년 중반, 노무현 전 대통령 목소리와 사진을 합성해 조롱하는 영상이 인터넷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유행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지요. 이 영상들은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거쳐 청소년에게까지 확산되었고,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일베발’ 혐오와 조롱 문화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소셜 미디어, 숏폼의 유행과 결합해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오며 남자청소년들 사이에 더욱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청소년들 중엔 그 배경을 전혀 모른 채 단순히 ‘옛날 인터넷 밈’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미는 약화됐지만 형태는 계속 전파된 셈입니다.
많은 남자청소년들이 이런 문화를 ‘재미’ 혹은 ‘일탈’이라고 여기며 친구들과 여기저기 퍼트립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도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학교 곳곳에 ‘노무현 운지’ ‘밀지 마라’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조롱하는 낙서가 흔하게 보였습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타살이다”라거나 “(노무현은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등 터무니없는 음모론이 농담처럼 웃음의 소재로 쓰이곤 했습니다. 이런 문화가 자리잡은 것은 ‘조롱의 쾌락’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자청소년들은 학교가 권하는 올바름보다는, 금기를 깨며 느끼는 해방감에 더 쉽게 끌립니다.
그러나 그런 친구들에게 문제가 있는 행동이라고 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적을 하면 ‘진지충’이라는 또 다른 혐오의 말이 돌아오고, 친구들 사이에 ‘재미를 재미로 즐기지 못하는 애’라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도 이런 문화를 전반적으로 인지하고 있을 겁니다. 교실에서 노무현 조롱 발언이 들리면 “부적절한 표현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하다” 하면서 제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지나치지 말고 이러한 문화가 어디서 유래된 것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학생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이 ‘고인 모독’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는 것이 남자청소년들 사이에 또 하나의 ‘재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필터없이 자극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는 극우 유튜버들과 온라인 커뮤니티가 문제입니다. 이들은 장애인, 여성, 노인, 조선족 등 약자를 폄하하고 조롱하는 말을 ‘유머’로 포장해 퍼트립니다. 이런 영상의 주 시청자인 남자청소년 중 일부는 그런 주장을 사실로 굳게 믿기도 합니다. “이민자들 때문에 세금이 낭비된다”거나 “중국인들 때문에 범죄율이 증가한다” 같은 근거 없는 주장은 청소년들의 대화에서도 자주 인용됩니다.
극우 이념과 약자 혐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극우 담론은 사회문제의 원인을 사회적 약자에게 돌리고, 대중의 분노를 결집시킵니다. 학교 안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우리 대 그들’ 구도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발언에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차별과 혐오는 청소년들에게 점점 일상이 되어갈 것입니다.
왜 청소년 중에서도 특히 남자청소년의 극우화 문제가 심각한지도 다뤄야 할 문제입니다. 남학생들은 점점 더 ‘남성다움’의 기준이 흔들리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여성 인권이 신장했고, 사회 전반에서 젠더 감수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남성성의 전통적 기준이 흔들리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일부 남학생들은 자신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기도 합니다. 이때 극우 담론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남성은 피해자다” “페미니즘이 문제의 원인이다” 같은 논리가 다수 남자청소년에게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페미니즘과 여성 인권에 대해 배우는 ‘인권 동아리’ 수업을 들었는데, 친구들에게 “페미니즘은 남자를 혐오하며 사회 갈등을 유발한다”부터 “넌 남자인데 운동이나 하지 왜 그런 수업을 듣냐”는 말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청소년을 극우 담론으로 유인하는 또 다른 길도 있습니다. 현재 경쟁 중심의 교육 환경에서 성적, 입시, 비교 등은 청소년들에게 계속해서 불안을 강요합니다. 그러나 이를 해소할 사회적 통로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극우 담론은 분노를 표출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화교는 수능 7등급도 서울대 의대 간다”는 말처럼 누군가 부당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분노를 유발하고, 적을 만들어 불만을 그들에게로 돌립니다. 지친 청소년들에게 복잡한 사회문제를 단순하게 설명해주는 메시지가 일종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창구가 된 것입니다.
계엄 이후 청소년 극우화의 새로운 국면
작년 12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청소년의 극우화 문제는 한층 더 뚜렷해졌습니다. 일부 극우 매체들이 퍼트린 “민주당은 우리나라를 공산화시키려는 반국가세력이고, 윤 대통령의 계엄은 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주장을 청소년들이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학생들이 즐겨 보는 유튜브 <꽃보다 전한길>, <가재맨> 등은 원래 공부법, 게임 등 남자청소년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루는 채널이었습니다. 정치와는 무관했지요. 그런데 전한길이나 가재맨이 ‘소신 발언’의 형태로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옹호하거나 “민주당의 잘못이 더 크다”는 등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 발언은 많은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유튜버의 주장은 일단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니까요. 이것이 많은 청소년들이 극우 논리를 접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러한 극우 성향 인플루언서들이 공식 석상에 문제없이 출연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유튜버 배인규 씨가 광주의 한 고교 축제에 초청받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방송에서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을 주장한 바 있는 유명 래퍼 정상수 씨가 충암고 축제에서 “윤 어게인!”을 외치며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극우 인플루언서들은 자극적인 말과 행동을 미끼로 청소년들을 유인합니다. 이런 주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학생들은 처음에는 그저 재미로 보다가도 그들을 추종하게 되고, 결국 극우 이념에까지 물들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자청소년들 사이엔 이미 극우적 시각이 다수의 인식이 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남자 고등학생은 《토끼풀》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반 서른두 명 중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헌법재판소 판결 당시 반 전체가 화면으로 재판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파면이 선고되자 재판 결과에 대한 의문이 쏟아졌고 “대한민국은 더 이상 법치국가가 아니다!” 같은 격렬한 반응이 나왔다고 합니다. 물론 학교에 따라 반응이 크게 다를 수도 있겠지만, 한 남학교의 사례를 보여주는 이 인터뷰는 남자청소년의 극우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문제는 이런 목소리를 내는 학생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10대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게임 ‘로블록스’ 안에서 지난 7월 31일 저녁에 벌어진 집회 때 “한미동맹 영원하라” “윤 어게인” "멸공 자유대한민국 만세" 같은 구호가 등장했다.
청소년은 왜 극우 매체를 신뢰할까
왜 청소년들은 극단적 매체를 신뢰하게 되는 걸까요? 이제 청소년들은 신문이나 TV 뉴스 등 전통적인 미디어보다 숏폼,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보를 접합니다. 문제는 이들 플랫폼이 ‘사실’보다 ‘자극’을 우선한다는 점입니다. 자극적인 영상일수록 더욱 확산되는 플랫폼 환경 속에서 ‘중립’을 가장하며 교묘하게 극단적 논리를 옹호하는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언뜻 보면 객관적인 뉴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진영의 프레임을 교묘하게 주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카드뉴스를 운영하는 한 계정의 실제 소유주를 확인해 보니 극우 이념을 홍보하는 단체로 확인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유사 언론들은 정보를 원하는 방향으로 편향시켜 내보내지만 많은 청소년들은 여과없이 이러한 매체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중국인 무비자 입국 추진 당시에는 “중국인들이 한국인 납치와 장기밀매를 저지른다”는 가짜뉴스가 인스타그램과 틱톡에서 확산됐습니다. 제 주변의 많은 청소년들이 이를 사실로 믿었습니다. 기자인 제게 SNS의 게시물을 보여주며 “이게 진짜인지 확인 좀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SNS에서 수제 호신용품 제작법이나 키링 등 다양한 호신용품을 소개하는 영상이 청소년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무비자 입국이 시행된 9월, 온라인 쇼핑몰에선 호신용품 매출이 지난달 대비 2.5배가량(157%) 늘었다고도 하지요. 이후 팩트체크 기사가 나와도 청소년들은 “기성 언론이 진실을 숨긴다”며 오히려 더 큰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극우 콘텐츠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일단 막연한 불안감을 심은 뒤, “기성 언론은 다루지 않는다. 우리가 진실을 말한다”는 구호로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입니다. 이런 전제를 통해서 극우 콘텐츠는 자신들의 정보를 ‘절대적 진실’로 포장합니다. 청소년들은 결국 ‘무비판적 신뢰’와 ‘무차별적 불신’ 사이를 오가며 올바른 정보 습득 능력을 잃게 됩니다.
지금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
이처럼 청소년 극우화의 가장 큰 원인은 미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청소년 극우화를 막기 위한 첫걸음은 교육에서 ‘생각하는 힘’, 즉 ‘비판적 읽기 능력’을 기르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수준의 간단한 의심조차 없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단순히 가짜뉴스를 경계하라는 경고를 넘어, 어떠한 정보를 접할 때 ‘이 정보는 왜 만들어졌을까’ ‘누가 이익을 보는가’를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다음으로는 학교 안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합니다. 《토끼풀》 같은 청소년 언론이 검열받지 않고 교실에 자유롭게 배포될 수 있어야 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막는 순간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왜곡된 정보입니다. 《토끼풀》은 서울 은평구 4개 학교에 신문을 배포하고 있는데, 학교의 문제점을 조금만 비판해도 우호적인 톤으로 기사를 수정하라는 압력이 들어옵니다. 그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신문 배포 금지는 물론 웹사이트에도 기사를 올리지 못하게 합니다. 지난달엔 한 중학교에서 사전에 허락받고 배포한 신문을 모두 압수당하기도 했습니다. 극우 매체와 가짜 뉴스에 맞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려고 하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교육의 장인 학교는 청소년들에게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남자청소년의 극우화는 단순히 정치 성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극우 매체들은 “우리는 애국자, 반대편은 반국가세력”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청소년들이 이러한 주장에 물드는 현상은 위험합니다. “나는 정상, 너는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결국 혐오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민주주의 교육을 통해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대화를 시작한다면 건전한 정치적 논쟁이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극우화의 반대는 ‘진보화’가 아니라 ‘대화와 이해의 복원’입니다.
_서부건 (청소년 언론《토끼풀》에서 활동하는 중학생. 문화부장을 거쳐 지금은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 글은 계간《민들레》158호에 실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