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트루먼쇼>에서 세트장 가장자리에 설치된 하늘 벽을 만져보는 트루먼.
자식이 눈물을 흘리면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싶어 한다. 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INSA) 교수를 지내고 프랑스 여성과 결혼해 두 자녀를 프랑스 국무장관과 하원의원으로 길러낸 오영석 전 교수는 단호하게 말한다.
“자식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면 자기 손등으로 닦게 해야 합니다.”
『어떻게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키웠는가』라는 그의 책은 한국 출판사가 ‘자녀를 엘리트로 키우는 육아법’ 컨셉으로 홍보하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아이를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부모의 역할’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희석시키고 말았다. 엘리트가 곧 어른은 아니다. 엘리트가 되는 것보다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것이 개인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더 중요하다.
눈물을 아이 스스로 닦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육아법이겠지만, 부모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눈물을 자기 손등으로 훔치는 것과 아무도 모르게, 심지어 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는 것은 다르다. 먹고살기 힘든 사회에서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성장통을 지켜볼 여유가 없다. 덕분에 아이는 어른의 눈 밖에서 자란다. 그런 사회에서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된다. 물론 그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다. 아이다운 시절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애어른’이 되기도 한다. 반면,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한가한 부모 밑에서는 아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치마 폭에 싸여 있는 아이가 자유롭고 단단하게 자라기란 어렵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힘들까봐 아이가 들려는 역기를 자신도 모르게 대신 들어주려 한다. 하지만 성장통은 스스로 겪어내야만 성장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눈물을 흘리는지 어떤지 부모는 아예 모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알게 되었더라도 모른 척하는 것이 현명하다. “눈물을 자기 손등으로 닦게 해야 한다”는 말을, 우는 아이 보고 “그만 울고 빨리 눈물 닦아!” 다그치는 것으로 오해한다면 아이의 성장에 더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의 삶에 점점 깊이 개입하고 있다. 심지어 친구까지 만들어주기도 한다. 집안 배경 등을 고려해 적절한 배우자를 맺어주는 중매장이처럼 친구를 짝지워주는 것이다. 중매결혼과 다른 점은 아이가 그 사실을 모르게 한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줌으로써 부모가 선호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게 만드는 전략이다. 일거수일투족이 부모의 관리와 통제 속에 있는 이 아이들은 어찌 보면 <트루먼쇼>의 트루먼 신세와 비슷하다. 학교와 학원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간관계까지도 부모의 기획이었음을 알게 된다면 트루먼이 느꼈던 것과 비슷한 충격을 받지 않을까?
‘기획된’ 우정이 진짜 우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겠지만,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것은 아이의 성장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명문 사립학교 출신들이 매너는 좋을지 몰라도 인간적으로 성숙한 면모를 갖추기는 쉽지 않다. 교육생태계 역시 다양성이 중요하다. 중산층이 늘어나고 선진국이 될수록 사회는 평평해지고, 아이들은 더 안전한 환경에서 보호받으며 자라게 된다. 좋은 환경이 인간적인 성숙에는 방해가 될 때가 많다. 경제가 발전하고 아이 같은 어른들이 늘어나면서 사회가 점점 쇠락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흥망성쇠의 과정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면서 인생의 무게를 기꺼이 감당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조던 피터슨을 정신적 아버지로 여기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구독자가 40만에 육박하는 ‘유튜브 읽어주는 남자’라는 유튜버는 조던 피터슨을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소개하는 역할로 유명하다. 600페이지가 넘는 피터슨의 책을 챕터 별로 나눠 핵심 메시지를 뽑아 자기 이야기를 곁들여 알기 쉽게 설명한다. 피터슨의 책을 자기계발서의 일종으로 홍보하는 출판사의 광고와 달리 20-30대 사이에 부는 조던 피터슨 열풍은 진짜 어른이 되고 싶은 열망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성인이 되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성인 세계로 들어와버린 세대가 늦게나마 성숙의 가치를 눈치 채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
영화 <트루먼쇼>에서 세트장 가장자리에 설치된 하늘 벽을 만져보는 트루먼.
자식이 눈물을 흘리면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싶어 한다. 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INSA) 교수를 지내고 프랑스 여성과 결혼해 두 자녀를 프랑스 국무장관과 하원의원으로 길러낸 오영석 전 교수는 단호하게 말한다.
“자식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면 자기 손등으로 닦게 해야 합니다.”
『어떻게 자녀를 글로벌 인재로 키웠는가』라는 그의 책은 한국 출판사가 ‘자녀를 엘리트로 키우는 육아법’ 컨셉으로 홍보하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아이를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부모의 역할’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희석시키고 말았다. 엘리트가 곧 어른은 아니다. 엘리트가 되는 것보다 어른다운 어른이 되는 것이 개인을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더 중요하다.
눈물을 아이 스스로 닦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육아법이겠지만, 부모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눈물을 자기 손등으로 훔치는 것과 아무도 모르게, 심지어 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는 것은 다르다. 먹고살기 힘든 사회에서는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성장통을 지켜볼 여유가 없다. 덕분에 아이는 어른의 눈 밖에서 자란다. 그런 사회에서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된다. 물론 그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다. 아이다운 시절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애어른’이 되기도 한다. 반면,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한가한 부모 밑에서는 아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치마 폭에 싸여 있는 아이가 자유롭고 단단하게 자라기란 어렵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힘들까봐 아이가 들려는 역기를 자신도 모르게 대신 들어주려 한다. 하지만 성장통은 스스로 겪어내야만 성장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눈물을 흘리는지 어떤지 부모는 아예 모르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알게 되었더라도 모른 척하는 것이 현명하다. “눈물을 자기 손등으로 닦게 해야 한다”는 말을, 우는 아이 보고 “그만 울고 빨리 눈물 닦아!” 다그치는 것으로 오해한다면 아이의 성장에 더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의 삶에 점점 깊이 개입하고 있다. 심지어 친구까지 만들어주기도 한다. 집안 배경 등을 고려해 적절한 배우자를 맺어주는 중매장이처럼 친구를 짝지워주는 것이다. 중매결혼과 다른 점은 아이가 그 사실을 모르게 한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줌으로써 부모가 선호하는 친구들과 어울리게 만드는 전략이다. 일거수일투족이 부모의 관리와 통제 속에 있는 이 아이들은 어찌 보면 <트루먼쇼>의 트루먼 신세와 비슷하다. 학교와 학원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간관계까지도 부모의 기획이었음을 알게 된다면 트루먼이 느꼈던 것과 비슷한 충격을 받지 않을까?
‘기획된’ 우정이 진짜 우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겠지만,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것은 아이의 성장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명문 사립학교 출신들이 매너는 좋을지 몰라도 인간적으로 성숙한 면모를 갖추기는 쉽지 않다. 교육생태계 역시 다양성이 중요하다. 중산층이 늘어나고 선진국이 될수록 사회는 평평해지고, 아이들은 더 안전한 환경에서 보호받으며 자라게 된다. 좋은 환경이 인간적인 성숙에는 방해가 될 때가 많다. 경제가 발전하고 아이 같은 어른들이 늘어나면서 사회가 점점 쇠락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흥망성쇠의 과정인지도 모른다.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면서 인생의 무게를 기꺼이 감당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조던 피터슨을 정신적 아버지로 여기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구독자가 40만에 육박하는 ‘유튜브 읽어주는 남자’라는 유튜버는 조던 피터슨을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소개하는 역할로 유명하다. 600페이지가 넘는 피터슨의 책을 챕터 별로 나눠 핵심 메시지를 뽑아 자기 이야기를 곁들여 알기 쉽게 설명한다. 피터슨의 책을 자기계발서의 일종으로 홍보하는 출판사의 광고와 달리 20-30대 사이에 부는 조던 피터슨 열풍은 진짜 어른이 되고 싶은 열망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성인이 되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 성인 세계로 들어와버린 세대가 늦게나마 성숙의 가치를 눈치 채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