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와 골목식당
요즘 교육을 다룬 방송을 보면, 한때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예능 프로그램 ‘골목식당’이 떠오른다. 구조는 놀랍도록 비슷하다. “공교육 실패 → 일타강사의 마법 → 성적 급상승 → 감동의 눈물”이라는 클리셰가 반복되며, 시청자는 “내 아이도 저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 빠진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교육은 결코 마법처럼 단숨에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런 서사 구조 속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존재, 교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매일 학생들과 수업하며 고군분투하는 학교 현장의 교사는 화면 밖으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입시 컨설팅 대표, 유명 강사, 의사, 심리상담사 등이 채운다. 이들은 ‘교육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마치 30년 경력의 장인이 방송에선 외면당한 채, ‘트렌드’를 아는 컨설턴트가 주도권을 쥐는 요리 프로그램처럼, 공교육의 주인공은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험 많은 교사는 시대에 뒤떨어진 존재로 취급되고, 교육의 본질은 점점 주변으로 밀려난다. 미국의 교육철학자 존 듀이는 “교육은 삶 그 자체이며, 지식은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있는 경험과 느린 성찰보다는 ‘즉각적 성과’와 ‘기적의 비법’에 더 쉽게 매혹된다. 교육은 하루하루의 반복 속에서 관계를 맺고, 내면의 동기와 진로를 함께 고민하며 삶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뻔한 이야기’라 치부하고, 눈에 띄는 결과만 추구하는 콘텐츠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교육의 진짜 변화는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는다. 인간관계, 자존감, 실패를 통한 성장은 수치화도 어렵고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진짜 교육은 바로 그런 보이지 않는 과정 속에서 일어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교육의 탈맥락화다. 교육은 쇼가 되었고, 교사는 조연이 되었으며, 공교육은 효율성과 경제 논리로만 평가받고 있다.
교사 없는 교육정책은 실패한다
이러한 교육의 왜곡은 방송이나 미디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의 교육정책 역시 교사 중심의 철학을 잃고, 정치적 이해와 행정적 효율성에 종속된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 교육부, 시도교육청, 교육연구기관 등 정책 결정의 중심에는 현장 교사 출신이 드물다. 결과적으로, 실제 교육을 실천하는 주체들은 설계의 변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정책은 행정 편의와 예산 집행의 논리에 따라 구성되고, 교사는 이를 이행하는 ‘수행자’로만 간주된다. 실현 불가능한 지침, 과도한 문서 작업, 끊임없는 계획과 결과 보고는 교사로 하여금 학생들보다 서류를 더 많이 마주하게 만들었다. 교육의 핵심이었던 인간관계와 성찰의 시간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교사는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교육을 만들어가야 하는 주체이지, 위에서 내려온 정책을 소화하는 행정가가 아니다.
브라질의 교육학자 파울로 프레이리는 “교육은 정치를 넘어선 행위이며, 국민의 양심과 미래를 담보하는 일”이라 말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교육을 정치의 하위영역으로 축소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진짜 교육은 정답을 위에서 지시받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배제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교육은 사람이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방송 소재로 소비되는 오늘의 교육 속에 자극적인 이야기와 감동적인 장면은 넘쳐나지만, 그 이면의 노력과 관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식당은 실패하면 문을 닫을 수 있지만, 교육은 멈출 수 없다. 교육이 실패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와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된다. 교육이 유튜브 알고리즘과 방송의 자극적인 구조에 잠식되지 않도록 교육의 공공성과 진정성을 회복해야 한다.
교육은 사람이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다. 그 속에는 기적도, 쇼도 없지만 매일의 감동과 작지만 확실한 변화가 있다. 우리는 그 일상을 지켜내야 하며,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아이들의 성장은 어떤 비법이나 공식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피어난다. 이제, 교육의 진짜 주인공인 교사와 학생을 다시 무대 위로 불러내야 할 때다.
_김대성 (초등교사 17년을 거쳐 지금은 6년째 장학사로 근무하고 있다. 유튜브와 브런치에서 '별의별 교육연구소'를 운영하며 교육의 길에 대해 묻고 답한다.)
학교와 골목식당
요즘 교육을 다룬 방송을 보면, 한때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예능 프로그램 ‘골목식당’이 떠오른다. 구조는 놀랍도록 비슷하다. “공교육 실패 → 일타강사의 마법 → 성적 급상승 → 감동의 눈물”이라는 클리셰가 반복되며, 시청자는 “내 아이도 저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 빠진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교육은 결코 마법처럼 단숨에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런 서사 구조 속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존재, 교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매일 학생들과 수업하며 고군분투하는 학교 현장의 교사는 화면 밖으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입시 컨설팅 대표, 유명 강사, 의사, 심리상담사 등이 채운다. 이들은 ‘교육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마치 30년 경력의 장인이 방송에선 외면당한 채, ‘트렌드’를 아는 컨설턴트가 주도권을 쥐는 요리 프로그램처럼, 공교육의 주인공은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험 많은 교사는 시대에 뒤떨어진 존재로 취급되고, 교육의 본질은 점점 주변으로 밀려난다. 미국의 교육철학자 존 듀이는 “교육은 삶 그 자체이며, 지식은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있는 경험과 느린 성찰보다는 ‘즉각적 성과’와 ‘기적의 비법’에 더 쉽게 매혹된다. 교육은 하루하루의 반복 속에서 관계를 맺고, 내면의 동기와 진로를 함께 고민하며 삶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뻔한 이야기’라 치부하고, 눈에 띄는 결과만 추구하는 콘텐츠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교육의 진짜 변화는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는다. 인간관계, 자존감, 실패를 통한 성장은 수치화도 어렵고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진짜 교육은 바로 그런 보이지 않는 과정 속에서 일어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교육의 탈맥락화다. 교육은 쇼가 되었고, 교사는 조연이 되었으며, 공교육은 효율성과 경제 논리로만 평가받고 있다.
교사 없는 교육정책은 실패한다
이러한 교육의 왜곡은 방송이나 미디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의 교육정책 역시 교사 중심의 철학을 잃고, 정치적 이해와 행정적 효율성에 종속된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 교육부, 시도교육청, 교육연구기관 등 정책 결정의 중심에는 현장 교사 출신이 드물다. 결과적으로, 실제 교육을 실천하는 주체들은 설계의 변두리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정책은 행정 편의와 예산 집행의 논리에 따라 구성되고, 교사는 이를 이행하는 ‘수행자’로만 간주된다. 실현 불가능한 지침, 과도한 문서 작업, 끊임없는 계획과 결과 보고는 교사로 하여금 학생들보다 서류를 더 많이 마주하게 만들었다. 교육의 핵심이었던 인간관계와 성찰의 시간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교사는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교육을 만들어가야 하는 주체이지, 위에서 내려온 정책을 소화하는 행정가가 아니다.
브라질의 교육학자 파울로 프레이리는 “교육은 정치를 넘어선 행위이며, 국민의 양심과 미래를 담보하는 일”이라 말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교육을 정치의 하위영역으로 축소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진짜 교육은 정답을 위에서 지시받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을 배제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교육은 사람이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방송 소재로 소비되는 오늘의 교육 속에 자극적인 이야기와 감동적인 장면은 넘쳐나지만, 그 이면의 노력과 관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식당은 실패하면 문을 닫을 수 있지만, 교육은 멈출 수 없다. 교육이 실패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와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된다. 교육이 유튜브 알고리즘과 방송의 자극적인 구조에 잠식되지 않도록 교육의 공공성과 진정성을 회복해야 한다.
교육은 사람이 사람을 키워내는 일이다. 그 속에는 기적도, 쇼도 없지만 매일의 감동과 작지만 확실한 변화가 있다. 우리는 그 일상을 지켜내야 하며,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아이들의 성장은 어떤 비법이나 공식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피어난다. 이제, 교육의 진짜 주인공인 교사와 학생을 다시 무대 위로 불러내야 할 때다.
_김대성 (초등교사 17년을 거쳐 지금은 6년째 장학사로 근무하고 있다. 유튜브와 브런치에서 '별의별 교육연구소'를 운영하며 교육의 길에 대해 묻고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