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은 타이밍의 예술이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흔히 어른들이 애들에게 그런 말을 할 때는 생계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시기에 공부하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사회활동을 시작할 나이가 되면 공부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학문을 하고자 한다면 더욱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만학도가 학문의 세계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서머힐 학생 중에는 12살에 읽기를 배워 문학박사가 된 사례가 있지만, 이는 만학도가 아니라 배움에 발동이 늦게 걸린 경우라고 봐야 한다.
공부의 때를 ‘타이밍’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교육과정은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맞아야 한다. 뇌과학은 인지과정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5-6세 이후에 읽기 학습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 이전에는 몸놀이로 균형 잡힌 성장을 도모하고 책을 읽기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나중에 지적 성장에도 더 도움이 된다. 공교육에서 초등 4학년부터 수학의 도형을 공부하는 것도 추상적 사고력이 발달하는 시기에 맞춘 것이다.
발달단계를 건너뛸 수 없듯이 공부의 중간단계를 건너뛸 수 없다. 수학 같은 경우는 특히 그렇다. 사칙연산을 모르면 방정식을 이해할 수 없고, 방정식을 모르면 함수를 이해할 수 없다.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야 하듯이 때 맞춰 공부를 해야 한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전두엽이 가장 왕성하게 발달하기 시작하므로 그즈음에는 본격적인 인지학습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 시기에 (일반 중고등학교처럼) 시험공부만 하거나 (대안학교처럼) 지식교육에 소홀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은 흐름을 타는 것이기도 하다. 인생의 시기도 흐름이 있지만 공부나 일도 흐름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 비인가 대안학교 학생들과 홈스쿨러들 중에는 중고 과정 검정고시를 일 년 만에 패스하는 경우가 흔하다. 저마다의 속도를 존중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아이들이 자기 속도를 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아이들은 스스로 시동을 걸고 알아서 달리지만 많은 아이들이 시동조차 걸지 못한 채 멍하니 있다. 교사가 이를 방관한다면 제 역할을 못하는 셈이다.
공부는 쉬엄쉬엄 하기보다 적절한 긴장 상태에서 몰아붙여 하는 편이 낫다. 발동이 걸리면 시동이 꺼지지 않게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길이다. 진도를 맞춘다면서 허접한 교과서 한 권을 일 년 동안 질질 끌면 보통아이들도 맥 빠진다. 번번이 시동을 거느라 에너지가 낭비된다. 한 과목을 매일 2시간씩 몇 주 동안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발도르프학교의 주기집중수업1)이 일 년 동안 찔금찔금 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학습법이다. 에너지 흐름을 인위적으로 끊으면 관성의 힘, 가속도의 힘을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40~50분 단위로 과목을 바꿔가며 수업을 할 경우 겨우 시동을 걸어 조금 움직일 만하면 또 종이 울린다. 이는 아이들보다 강의식 수업을 하는 교사에게 맞춰진 것이다. 칠판에 뭔가를 쓰면서 혼자 떠드는 일을 40~50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앞만 쳐다보고 가만히 앉아 40~50분을 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토론식 수업이나 모둠식 협력학습 수업은 2시간을 계속해도 아이들도 교사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교육은 타이밍의 예술이다. 적절한 때를 놓치지 않고 흐름을 타야 한다. 교사가 개입할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배움 역시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씨를 뿌릴 때, 김을 매야 할 때, 거둘 때를 아는 것이 농사의 기술이듯 삶의 기술은 결국 ‘때를 아는 것’이다. 십대 시절은 신체와 정신이 가장 왕성하게 발달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기초를 잘 닦지 않으면 튼튼한 집을 짓기가 힘들다. 지성과 감성, 신체가 균형 잡힌 성장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이 시기 교육의 역할이다.
긴장과 이완
공교육의 문제 중 하나는 아이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종소리와 함께 관심사를 바꾸는 훈련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몇 년을 하다 보면 몰입할 수 있는 능력에 손상을 입기 마련이다. 드물게 시험공부에 몰입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그 몰입은 더 넓은 세계로 이어지는 창조적인 몰입이 아니다. 그나마 그런 몰입이라도 경험해본 아이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그럭저럭 제자리를 찾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에너지가 풀어진 상태로 시간만 흘려보내기 십상이다.
창조적인 몰입은 몸이 경직되지 않은 기분 좋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뭔가에 몰입해 있으면서 동시에 안테나가 넓게 펼쳐져 있는 상태다. 목과 어깨가 경직된 채 뭔가에 몰입해 있으면 좋지 않은 긴장 상태라고 봐야 한다.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아이들의 자세가 대체로 그렇다. 바둑 고수는 명상에 든 것처럼 몰입한다. 뛰어난 투수는 힘을 빼고 던진다. 속이 빈 피리처럼 에너지의 통로가 되는 것이다.
선동열 선수는 힘을 빼고 공을 던질 수 있게 되기까지 십 년이 걸렸다고 한다. 사실상 모든 운동은 위치에너지의 변환이자 무게중심의 이동이다. 힘을 빼고 던지는 것은 팔 힘으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힘이 내 몸을 통과하여 공을 밀어내는 것이다. 힘을 빼고 걸으면 중력가속도의 힘과 관성의 힘을 이용할 수 있어 오래 걸어도 힘들지 않다. 내 힘이 아닌 지구의 힘으로 걷기 때문이다, 이는 곧 에너지의 흐름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 에너지 흐름에 몸을 맡긴 상태는 이완된 긴장 상태다.
‘이완된 긴장’, 모순된 이 말 속에 삶의 비밀이 숨어 있다. 이완은 맥이 풀린 것과는 다르다. 책상에 널브러져 있는 아이들은 이완된 게 아니라 맥이 풀린 것이다. 잘못된 긴장의 결과다. 경직된 긴장이 지속되면 몸과 마음에 병이 든다. 팽팽하게 긴장된 인대가 쉽게 끊어지는 것과 같다. 요즘 아이들에게 병리적인 현상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그 때문일지 모른다. 아이들을 쓸데없이 긴장시키니 경직을 견디지 못하고 오히려 맥이 풀려버린다. 이는 아이들 몸과 마음이 살아남기 위해 취하는 무의식적인 생존전략일 수 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잠을 충분히 잘 수 있게 해야 한다. 잠이 부족하면 공부는 물론 어떤 일에도 제대로 집중하기 힘들다. 70년대에 한때 수험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4당5락’2)은 중간고사 같은 단기전에서 벼락치기로 성적을 올리고자 할 때나 먹히는 전술이다. 장기전에서는 잠을 잘 자고, 근력과 지구력을 길러 긴장을 감당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의 대부로 알려진 전길남 박사는 등반가이기도 한데, 연구원을 뽑을 때 주말 등산을 조건으로 걸었다고 한다.
소설가 하루키는 날마다 10km를 달린다고 한다.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 자연스럽게, 육체적으로, 그리고 실무적으로”라고 말하는 하루키는 자신이 하루도 달리기를 빼먹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3) 창작도 연구도 인생과 마찬가지로 장기전이다.
날마다 달려야 하는 이유를 찾기 힘들듯이 학교를 날마다 때 맞춰 가야 할 이유는 적고 지각이나 결석을 할 만한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날마다 정해진 시간에 학교를 가는 것은 그 적은 이유를 붙들고 단련하기 위함이다. 학교는 아이들을 등교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의 절반은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생활에 루틴을 만들어주고 친구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무조건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공부가 되는 건 아니다. 몸과 마음이 민감한 상태에서 주변 환경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할 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십대 시절은 신체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이고 이때 만들어진 몸이 평생을 간다.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 습관을 들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성장기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많은 일들은 그 습관에 연동되어 저절로 제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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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포크 수업이라고도 한다. 언어(외국어)와 예술을 제외한 수학, 역사, 지리, 과학 등 주요 과목을 그렇게 학습한다. 한 과목이 끝나면 다른 과목을 선택해 또 몇 주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2)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뜻. 이 말을 ‘4시간 자면 당연히 떨어지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라며 돌려 까기도 했다.
3)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임홍빈 옮김, 문학사상, 116쪽.
_현병호(발행인)
교육은 타이밍의 예술이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흔히 어른들이 애들에게 그런 말을 할 때는 생계를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시기에 공부하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사회활동을 시작할 나이가 되면 공부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학문을 하고자 한다면 더욱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만학도가 학문의 세계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서머힐 학생 중에는 12살에 읽기를 배워 문학박사가 된 사례가 있지만, 이는 만학도가 아니라 배움에 발동이 늦게 걸린 경우라고 봐야 한다.
공부의 때를 ‘타이밍’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교육과정은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맞아야 한다. 뇌과학은 인지과정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5-6세 이후에 읽기 학습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 이전에는 몸놀이로 균형 잡힌 성장을 도모하고 책을 읽기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나중에 지적 성장에도 더 도움이 된다. 공교육에서 초등 4학년부터 수학의 도형을 공부하는 것도 추상적 사고력이 발달하는 시기에 맞춘 것이다.
발달단계를 건너뛸 수 없듯이 공부의 중간단계를 건너뛸 수 없다. 수학 같은 경우는 특히 그렇다. 사칙연산을 모르면 방정식을 이해할 수 없고, 방정식을 모르면 함수를 이해할 수 없다.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야 하듯이 때 맞춰 공부를 해야 한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전두엽이 가장 왕성하게 발달하기 시작하므로 그즈음에는 본격적인 인지학습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 시기에 (일반 중고등학교처럼) 시험공부만 하거나 (대안학교처럼) 지식교육에 소홀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은 흐름을 타는 것이기도 하다. 인생의 시기도 흐름이 있지만 공부나 일도 흐름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 비인가 대안학교 학생들과 홈스쿨러들 중에는 중고 과정 검정고시를 일 년 만에 패스하는 경우가 흔하다. 저마다의 속도를 존중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아이들이 자기 속도를 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아이들은 스스로 시동을 걸고 알아서 달리지만 많은 아이들이 시동조차 걸지 못한 채 멍하니 있다. 교사가 이를 방관한다면 제 역할을 못하는 셈이다.
공부는 쉬엄쉬엄 하기보다 적절한 긴장 상태에서 몰아붙여 하는 편이 낫다. 발동이 걸리면 시동이 꺼지지 않게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길이다. 진도를 맞춘다면서 허접한 교과서 한 권을 일 년 동안 질질 끌면 보통아이들도 맥 빠진다. 번번이 시동을 거느라 에너지가 낭비된다. 한 과목을 매일 2시간씩 몇 주 동안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발도르프학교의 주기집중수업1)이 일 년 동안 찔금찔금 하는 것보다 효과적인 학습법이다. 에너지 흐름을 인위적으로 끊으면 관성의 힘, 가속도의 힘을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40~50분 단위로 과목을 바꿔가며 수업을 할 경우 겨우 시동을 걸어 조금 움직일 만하면 또 종이 울린다. 이는 아이들보다 강의식 수업을 하는 교사에게 맞춰진 것이다. 칠판에 뭔가를 쓰면서 혼자 떠드는 일을 40~50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앞만 쳐다보고 가만히 앉아 40~50분을 보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토론식 수업이나 모둠식 협력학습 수업은 2시간을 계속해도 아이들도 교사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교육은 타이밍의 예술이다. 적절한 때를 놓치지 않고 흐름을 타야 한다. 교사가 개입할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배움 역시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씨를 뿌릴 때, 김을 매야 할 때, 거둘 때를 아는 것이 농사의 기술이듯 삶의 기술은 결국 ‘때를 아는 것’이다. 십대 시절은 신체와 정신이 가장 왕성하게 발달하는 시기다. 이 시기에 기초를 잘 닦지 않으면 튼튼한 집을 짓기가 힘들다. 지성과 감성, 신체가 균형 잡힌 성장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이 시기 교육의 역할이다.
긴장과 이완
공교육의 문제 중 하나는 아이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종소리와 함께 관심사를 바꾸는 훈련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몇 년을 하다 보면 몰입할 수 있는 능력에 손상을 입기 마련이다. 드물게 시험공부에 몰입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그 몰입은 더 넓은 세계로 이어지는 창조적인 몰입이 아니다. 그나마 그런 몰입이라도 경험해본 아이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그럭저럭 제자리를 찾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에너지가 풀어진 상태로 시간만 흘려보내기 십상이다.
창조적인 몰입은 몸이 경직되지 않은 기분 좋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뭔가에 몰입해 있으면서 동시에 안테나가 넓게 펼쳐져 있는 상태다. 목과 어깨가 경직된 채 뭔가에 몰입해 있으면 좋지 않은 긴장 상태라고 봐야 한다.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아이들의 자세가 대체로 그렇다. 바둑 고수는 명상에 든 것처럼 몰입한다. 뛰어난 투수는 힘을 빼고 던진다. 속이 빈 피리처럼 에너지의 통로가 되는 것이다.
선동열 선수는 힘을 빼고 공을 던질 수 있게 되기까지 십 년이 걸렸다고 한다. 사실상 모든 운동은 위치에너지의 변환이자 무게중심의 이동이다. 힘을 빼고 던지는 것은 팔 힘으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힘이 내 몸을 통과하여 공을 밀어내는 것이다. 힘을 빼고 걸으면 중력가속도의 힘과 관성의 힘을 이용할 수 있어 오래 걸어도 힘들지 않다. 내 힘이 아닌 지구의 힘으로 걷기 때문이다, 이는 곧 에너지의 흐름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 에너지 흐름에 몸을 맡긴 상태는 이완된 긴장 상태다.
‘이완된 긴장’, 모순된 이 말 속에 삶의 비밀이 숨어 있다. 이완은 맥이 풀린 것과는 다르다. 책상에 널브러져 있는 아이들은 이완된 게 아니라 맥이 풀린 것이다. 잘못된 긴장의 결과다. 경직된 긴장이 지속되면 몸과 마음에 병이 든다. 팽팽하게 긴장된 인대가 쉽게 끊어지는 것과 같다. 요즘 아이들에게 병리적인 현상이 많이 나타나는 것은 그 때문일지 모른다. 아이들을 쓸데없이 긴장시키니 경직을 견디지 못하고 오히려 맥이 풀려버린다. 이는 아이들 몸과 마음이 살아남기 위해 취하는 무의식적인 생존전략일 수 있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잠을 충분히 잘 수 있게 해야 한다. 잠이 부족하면 공부는 물론 어떤 일에도 제대로 집중하기 힘들다. 70년대에 한때 수험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4당5락’2)은 중간고사 같은 단기전에서 벼락치기로 성적을 올리고자 할 때나 먹히는 전술이다. 장기전에서는 잠을 잘 자고, 근력과 지구력을 길러 긴장을 감당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인터넷의 대부로 알려진 전길남 박사는 등반가이기도 한데, 연구원을 뽑을 때 주말 등산을 조건으로 걸었다고 한다.
소설가 하루키는 날마다 10km를 달린다고 한다.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 자연스럽게, 육체적으로, 그리고 실무적으로”라고 말하는 하루키는 자신이 하루도 달리기를 빼먹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3) 창작도 연구도 인생과 마찬가지로 장기전이다.
날마다 달려야 하는 이유를 찾기 힘들듯이 학교를 날마다 때 맞춰 가야 할 이유는 적고 지각이나 결석을 할 만한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날마다 정해진 시간에 학교를 가는 것은 그 적은 이유를 붙들고 단련하기 위함이다. 학교는 아이들을 등교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의 절반은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생활에 루틴을 만들어주고 친구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무조건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공부가 되는 건 아니다. 몸과 마음이 민감한 상태에서 주변 환경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할 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십대 시절은 신체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이고 이때 만들어진 몸이 평생을 간다.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 습관을 들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성장기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많은 일들은 그 습관에 연동되어 저절로 제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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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포크 수업이라고도 한다. 언어(외국어)와 예술을 제외한 수학, 역사, 지리, 과학 등 주요 과목을 그렇게 학습한다. 한 과목이 끝나면 다른 과목을 선택해 또 몇 주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2)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뜻. 이 말을 ‘4시간 자면 당연히 떨어지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라며 돌려 까기도 했다.
3)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임홍빈 옮김, 문학사상, 116쪽.
_현병호(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