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풍향계

지상낙원에서 숨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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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사라진 아이들과 비밀의 왕국>2022. 09.06. https://playvod.imbc.com/templete/VodList?bid=1000836100000100000


돌나라한농복구회가 브라질에 세운 돌나라오아시스 농장. 이 '천국'에서 최근 사고로 숨진 아이들을 '봉천 예물'로 묘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돌나라, 한자로 석국(石國)이란 이름을 쓰는 신흥 기독교 단체는 돌나라한농복구회라는 농업단체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1980년대부터 울진, 상주 등지에 독자적인 마을을 이루고 친환경 농업과 고려인 돕기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 단체는 전주한농예술학교라는 대안학교(?)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2012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그루밍 성폭력을 자행하는 교주의 행태가 폭로되면서 국내 활동이 어려워지자 브라질에 대규모 농장을 만들어 신도들을 집단이주시켰다.(그 과정에서 일어난 인권침해에 대한 보도가 2017년 JTBC에서 방영되고 명예훼손 소송이 제기되었지만 2021년 대법원 최종심에서 JTBC 승소로 확정되었다.)

지난 4월 브라질의 농장 ‘돌나라 오아시스’에서 어린이 5명이 공사장 흙더미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최근 돌나라 관계자들이 아이들 장례를 치른 뒤 신도들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에 죽은 아이들을 ‘봉천 예물’로 표현한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기독교 10개 교단이 모인 이단대책연구소가 돌나라의 아동학대를 막아달라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에 제출한 상태다. 이는 사실상 사법 당국이 나서야 할 사안이다.) 이 와중에도 그들은 교주를 ‘석선 여호와’라 부르며 승리자라 찬양하고 있다. 박명호 목사를 석선(石仙)이라 부르며 하나님으로 받드는 돌나라는 사실상 ‘석선의 나라’다. 전통적인 선도사상과 기독교 종말론의 기묘한 결합인 셈이다. 하지만 돌나라 천국의 실체는 석선의 하렘이자 신도들의 강제노동수용소나 다름없다.*


돌나라한농복구회의 모체인 십계석국총회 홍보물 <十誡天國> 제10권에 소개된 ‘새天國’  화보. 북한 홍보물을 닮았다.

북한에서 수령의 이름으로 국가적 규모로 이루어지는 일이 여기서는 교주의 이름으로 부족 집단 규모로 자행된다.


종말론은 사이비 종교가 신도들을 미혹하는 좋은 수단이다. 세상은 보기에 따라서는 언제나 말세나 다름없는 상황이어서 종말이 다가왔다는 주장은 (특히 소외된 계층에게) 솔깃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교주가 자신을 따르는 사람에게는 지상천국의 우선 입장권을 주겠다고 확신에 차서 말하고 바람잡이 신도들이 나서서 바람을 잡으면 부화뇌동하지 않기가 힘들다. 해외로 이주할 때 대출을 한도까지 받아서 나가는 경우가 많아 다시 돌아올 경우 신용불량자가 되므로 재입국도 힘들고, 의지할 곳 없는 타국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신세가 된다.

사이비 종교의 공통점은 종교단체와 사업체가 긴밀히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신도들은 종교법인이 설립한 기업의 (무임금) 노동자들이기도 하다. '타작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신도들을 폭행하여 사회적 논란이 된 경기도 과천의 은혜로교회 신도 4백여 명은 2013년부터 남태평양의 피지공화국으로 집단 이주하여 교회가 운영하는 50여 개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한다. 교주 신옥주와 그의 아들 김정엽이 피지에 세운 부동산 개발업체를 비롯한 여러 기업은 피지 정부의 비호 하에 급속도로 성장했다.

사이비 교단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유력 정치인들과 관계를 돈독히 한다는 점이다. 통일교가 일본 자민당의 유력한 후원자였음이 아베 피살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통일교의 국제행사에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아베 전 총리 같은 이들이 축사를 보냈다. 신천지는 국힘당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이 코로나 정국에서 드러났다. 교주 박명호가 그루밍 성폭력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돌나라한농복구회가 운영하는 한농예술학교 행사에는 정관계의 유력 인사들이 참석하곤 한다. 은혜로교회의 유력한 후원자인 피지공화국 바이니마라마 총리는 2007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지금까지 장기 집권 중이다.  

사교 집단은 해외로 이주한 신도들을 통제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강제노동수용소나 다름없는 곳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서로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여권을 압수하여 따로 보관한다. 일반 신도들은 휴대폰을 소지할 수 없으며, 사업체를 운영하는 핵심 일꾼들만 개인 휴대폰을 소지한다. 은혜로교회는 피지로 이주한 뒤 ‘타작마당’이라는 새로운 의식을 만들어냈다. “손에 키를 들고 자기의 타작마당을 정하게 하사 알곡은 모아 곳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시리라.”(마태복음 3장 12절) 같은 성경 구절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곡식이 아닌 신도들을 대상으로 쭉정이를 가려낸다는 명목으로 구타하는 타작마당을 펼친 것이다, 도리깨를 휘두르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통일교 산하 철장선교회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쇠지팡이(철장)’를 ‘소총’으로 해석한 것 못지않은 이단스러운 해석이다.**

사교 집단이 자국의 법이 미치지 않는 해외의 개발도상국에 농장을 만들어 신도들을 집단이주시키는 일은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미국의 사회주의 목사로 알려진 짐 존스가 신도들과 함께 가나로 이주한 뒤 미 의회가 나서서 인권 침해 상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집단 자살 사건****은 그 충격적인 결과 때문에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비슷한 집단농장은 세계 곳곳에 존재하며 오늘날에도 생겨나고 있다. 믿기로 작정하면 무엇이든 믿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인류가 그 힘을 빌어 종교를 만들어내고 대집단을 이루어 문명을 일으켰지만 그 힘이 인간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모든 작용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것을 줄이는 것이 문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  ‘창기십자가’라는 황당한 교리로 교주의 그루밍 성폭력을 미화하고, 각종 행사에서 여자아이들이 교주를 ‘여보’ ‘낭군님’이라 부르며 춤을 추게 하는 영상이 <그것이 알고 싶다>에 보도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었지만 지금도 같은 일이 계속되고 있다.

**  철장선교회는 미국총기협회 후원 단체이며, 신도들은 예배 때 소총을 휴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콜로니아 디그니다드’라는 독일의 사교 집단이 칠레의 농장에서 수십 명의 어린이들을 성폭행한 사실이 2005년에야 드러났다. 교주 파울 셰퍼는 독일에서 아동 성폭행과 나치 부역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신도들을 데리고 1961년 칠레로 도주하여 시골에 농장을 만들고는 피노체트 정권과 유착해 반체제 인사들을 농장에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켰다.(콜로니아 농장을 둘러싼 사건은 2017년 엠마 왓슨과 다니엘 브륄 주연의 <콜로니아>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  1978년 가나의 인민사원 존슨타운에서 신도들과 자녀들 918명이 독극물을 마시고 집단자살한 사건.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