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생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2020년 출생아 수는 272,300명으로 전년도보다 10퍼센트나 줄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률은 0.84명이다.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 세계 198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저출생과 함께 육아문제도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독박육아로 경력 단절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젠더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육아는 손도 많이 가지만 돈도 많이 드는 일이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몇 억이 든다는 말이 있다.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아이를 어떻게 낳느냐고 한다. 한 진화생물학자는,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은 머리가 나쁜 사람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었다. “주변에 먹을 것이 없고 숨을 곳이 없는데 새끼를 낳아 주체 못하는 동물은 진화과정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살기가 점점 팍팍해져서 출생률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그런데 베이비붐 시절 집집마다 네댓 명씩 아이를 낳은 것은 살 만해서 그랬던 걸까? 밥 먹기도 쉽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너도나도 아이를 낳았던 것은 그나마 아이가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게 중에 잘 되는 놈이 하나라도 나오면 집안이 핀다. 그게 아니어도 열 살쯤만 되면 제 밥벌이를 했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 대신 일터로 갔다. 일찍부터 일머리가 깨어 자수성가를 하거나 누구처럼 주경야독해서 변호사가 되면 집안이 바뀐다. 부모가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이 이룬다. 노후대책으로도 이만한 보험이 없다.
그 시절에는 나라가 국민을 돌봐주지 못했으므로 다들 스스로 대책을 세워야 했다. 가족주의가 작동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개인주의 시대다. 가족에 기대지 않아도 살 수 있게 되었다. 기초생활은 국가가 보장해준다. 노후대책은 자식이 아니라 연금과 보험이 책임진다. 젊은 날을 아이 키우느라 소진하기보다 자유롭게 사는 쪽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그래도 사회에서 따돌림당하거나 흉이 되지 않는다. 살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살 만해져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력은 단군 이래 최고 수준이다. G7을 넘보는 수준이다. 국가 경제와 개인 경제의 갭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경제 수준은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복지 수준은 육아의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는 편이다. 교사나 공무원이 아니면 마음 놓고 육아휴직도 힘든 상황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공무원들이 많이 사는 세종시의 출생률이 가장 높은 사실이 말해주는 바가 있다.(세종시의 합계출산률은 1.28명으로, 가장 낮은 서울시 0.64명의 두 배다.)
저출생을 사회적 권력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근대 사회에서는 아이가 없으면 여성은 권력을 갖기 힘들었다. 남성들의 경우도 자녀는 가부장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토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자녀가 방해가 된다. 아이 때문에 사회와 단절되고, 아이 키우느라 허리가 휜다. 가부장의 권력은 사라지고 책임만 가중된다. 아이가 있어야 사람 행세할 수 있었던 시대가 가고 이제는 아이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출생률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올해 저출생 관련 예산은 42조9천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7조 원 가까이 늘어났지만 저출생과 거리가 먼 사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8월 ‘저출산 대응 사업 분석·평가’ 보고서에서 “사회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저출산 현상에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정책이 지나치게 간접적이면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수준의 육아휴직 제도가 보편화되고, 여성들이 사회활동에 불이익이 없게 사회제도를 개선해가는 것이 출생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 될 것이다.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
저출생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2020년 출생아 수는 272,300명으로 전년도보다 10퍼센트나 줄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률은 0.84명이다.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 세계 198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저출생과 함께 육아문제도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독박육아로 경력 단절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젠더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육아는 손도 많이 가지만 돈도 많이 드는 일이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몇 억이 든다는 말이 있다.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아이를 어떻게 낳느냐고 한다. 한 진화생물학자는,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은 머리가 나쁜 사람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었다. “주변에 먹을 것이 없고 숨을 곳이 없는데 새끼를 낳아 주체 못하는 동물은 진화과정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살기가 점점 팍팍해져서 출생률이 떨어진다는 논리다.
그런데 베이비붐 시절 집집마다 네댓 명씩 아이를 낳은 것은 살 만해서 그랬던 걸까? 밥 먹기도 쉽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너도나도 아이를 낳았던 것은 그나마 아이가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게 중에 잘 되는 놈이 하나라도 나오면 집안이 핀다. 그게 아니어도 열 살쯤만 되면 제 밥벌이를 했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 대신 일터로 갔다. 일찍부터 일머리가 깨어 자수성가를 하거나 누구처럼 주경야독해서 변호사가 되면 집안이 바뀐다. 부모가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이 이룬다. 노후대책으로도 이만한 보험이 없다.
그 시절에는 나라가 국민을 돌봐주지 못했으므로 다들 스스로 대책을 세워야 했다. 가족주의가 작동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개인주의 시대다. 가족에 기대지 않아도 살 수 있게 되었다. 기초생활은 국가가 보장해준다. 노후대책은 자식이 아니라 연금과 보험이 책임진다. 젊은 날을 아이 키우느라 소진하기보다 자유롭게 사는 쪽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난다. 그래도 사회에서 따돌림당하거나 흉이 되지 않는다. 살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살 만해져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력은 단군 이래 최고 수준이다. G7을 넘보는 수준이다. 국가 경제와 개인 경제의 갭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경제 수준은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의 복지 수준은 육아의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는 편이다. 교사나 공무원이 아니면 마음 놓고 육아휴직도 힘든 상황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공무원들이 많이 사는 세종시의 출생률이 가장 높은 사실이 말해주는 바가 있다.(세종시의 합계출산률은 1.28명으로, 가장 낮은 서울시 0.64명의 두 배다.)
저출생을 사회적 권력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근대 사회에서는 아이가 없으면 여성은 권력을 갖기 힘들었다. 남성들의 경우도 자녀는 가부장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토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자녀가 방해가 된다. 아이 때문에 사회와 단절되고, 아이 키우느라 허리가 휜다. 가부장의 권력은 사라지고 책임만 가중된다. 아이가 있어야 사람 행세할 수 있었던 시대가 가고 이제는 아이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출생률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올해 저출생 관련 예산은 42조9천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7조 원 가까이 늘어났지만 저출생과 거리가 먼 사업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8월 ‘저출산 대응 사업 분석·평가’ 보고서에서 “사회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저출산 현상에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정책이 지나치게 간접적이면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수준의 육아휴직 제도가 보편화되고, 여성들이 사회활동에 불이익이 없게 사회제도를 개선해가는 것이 출생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 될 것이다.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