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05] 동기부여는 힘이 없다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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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이가 집 담장에 공 차는 소리에 시달리던 집주인이 아이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날마다 백 번씩 공을 차면 천 원씩 용돈을 주마!”

“정말요?”

아이는 다음날부터 더 신나게 공을 찼다. 물론 하루에 백 번 이상은 차지 않았다. 일주일 뒤 집주인이 다시 말했다. 이제는 용돈을 줄 수 없다고. 그러자 아이는 더 이상 공을 차러 오지 않았다. 

순수한 재미로 하던 공차기가 대가를 받고 하는 노동이 되면서 동기가 사라져버린 셈이다. 처음에는 아무런 동기 없이 놀이 삼아 하던 공차기가 보상이 주어지면서 동기, 그것도 외적 동기에 의한 노동이 되어버렸다. 보상이 벌로 작용하는 재미있는 사례다. 외적인 보상은 일시적인 동기부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보상이 사라지면 동기도 사라지고 만다. 

마크 트웨인 소설 ‘허클베리 핀’ 이야기에 나오는 일화는 반대 상황을 보여준다. 담장 칠하는 작업을 하던 허클베리가 마치 재미있는 놀이거리를 넘겨주는 것처럼 해서는 다른 아이들에게 페인트칠을 떠넘긴다. 

“이번에 90점 이상 받으면 휴대폰 바꿔줄게.” 이처럼 부모들은 아이가 공부하게 만들기 위해 좋아하는 뭔가를 보상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뇌 연구에 따르면 상금과 벌금이 모두 클 때 뇌에서 ‘보상에 대한 판단’을 담당하는 복외측전전두피질 부위가 활성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부위는 19세가 지나야 활성화된다고 한다. 

보상과 벌은 정반대인 것 같지만 사실상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일시적인 효과를 가져올 뿐 내적인 동기 유발을 가로막으면서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낸다. 미국 심리학자 크레스피가 미로에 갇힌 쥐 실험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당근과 채찍이 지속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려면 점점 강도가 강해져야 한다. 따라서 시간이 흐를수록 주도권이 아이에게 넘어가게 되어 있다.

당근과 채찍은 말을 길들일 때나 쓰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을 길들일 때도 유효하다. 말 잘 듣는 아이를 원한다면. 부모나 교사들이 보상과 처벌에 기대는 이유는 즉각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말 잘 듣는 아이를 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근 전략은 부모의 바람과 달리 점점 말 안 듣는 아이를 만들 따름이다.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교육이론은 인간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초해 있다. 교육자들은 흔히 학생에게 동기를 불어넣어 목표 의식을 갖게 해주면 열심히 달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동기는 시동을 거는 초크밸브 역할은 할 수 있어도 엔진이 되지는 못한다. 새해 결심이 흔히 작심삼일이 되는 까닭은 동기가 부여하는 에너지는 행위와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행위에 지속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루틴 또는 습관이다. 논리보다 심리, 심리보다 물리가 힘이 세다.

머리로는 해야지 생각하면서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심 잘할 수 있을지 불안하거나, 귀찮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인다거나 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논리나 심리에 기대어서는 안 된다. 행동해야 할 때 동기부여에 의존하는 것은 신의 계시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내가 원할 때 찾아오는 맞춤형 계시 같은 건 없다. 그런 것이 있다면 그건 이미 계시가 아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상 시작이 전부나 다름없다. 시작을 잘하면 관성의 힘에 의해 계속 나아가게 된다. 엉덩이가 무거워질 때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사고 습관과 행동 습관이 필요하다.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면 할 수 있는 일을 일주일 동안 붙들고 있지 않도록 ‘시작 기한’ 정하기, 하루를 잘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기상 후 30분 루틴’ 지키기, 일을 세분화해서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기... 의지나 동기에 기대지 않고 가볍게 첫걸음을 내딛는 기술들이다. 

이런 기술은 저절로 습득되지 않는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터득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렸을 때 부모나 교사가 가르쳐주면 일찍부터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어른들은 좋은 습관을 길러주기보다 나쁜 습관을 나무라기만 한다. 아니면 당근을 제시하며 아이를 길들이려 한다. 현명한 농부는 잡초를 제거하려 애쓰지 않고 그 자리에 작물과 공생할 수 있는 자운영 같은 식물을 심는다. 정원사가 나무 아래 나무와 어울리는 지피식물을 심는 것과 같다. 

아이를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 가운데 보상 같은 외적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가장 하수의 방법이다. 내적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수의 방법이라면 고수는 물리적 환경을 만든다. 새 휴대폰을 갖기 위해 시험공부를 하는 아이가 머리(논리)를 따른다면, 부모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는 심리를 따르는 것이며,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은 물리를 따르는 것이다. 동기부여가 ‘위하여’ 교육이라면 물리적 환경을 만드는 것은 ‘의하여’ 교육이다. ‘위하여’는 에너지가 연결되지 않지만 ‘의하여’는 에너지가 이어진다.  


_현병호(민들레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