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09] 아이들이 불행한 이유를 SNS에 떠넘기지 말라

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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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나라의 청소년 디지털 규제 동향이 심상치 않다. 작년 11월 호주에선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은 SNS 계정을 만들거나 보유할 수 없으며, 이들에게 SNS 계정을 허용하는 기업에 최대 45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SNS뿐 아니라, 청소년의 유튜브 계정 개설도 금지했다. 기업들은 가입 시 나이 인증 문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으나, 호주 정부는 단호하게 정책을 추진 중이다.

13세 미만 아동의 SNS 이용을 제한하던 노르웨이는 최근 금지 나이를 15세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덴마크는 초등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데 이어 더욱 강력한 규제를 예고했다. 덴마크 총리는 “우리가 괴물을 풀어놓았다. 지금껏 이토록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겪은 시대는 없었다"라며 SNS 규제 의지를 피력했다. 

정부가 나서서 청소년 디지털 사용을 규제하는 것은, 최근 급증한 청소년들이 정신건강, 중독 등의 문제가 ‘SNS 때문’이라고 판단해서다. 꼬리를 물고 파생되는 사이버 괴롭힘, 유해 콘텐츠 노출 등의 위험도 법적 규제의 근거로 등장한다. 여러 연구에서 SNS가 청소년의 수면, 학업, 사회성, 자존감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보고되면서, 기존의 느슨한 규제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결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 교육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학생들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정책적으로 금지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증가 추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8월 27일, 한국에서도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금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학교장과 교사 재량으로 교내 스마트기기 소지까지도 제한할 수 있다. 지금도 교칙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경우는 흔하다.(초록우산과《시사IN》조사에 따르면, 이미 초·중·고 학생 62.6%는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소지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를 어길 경우 학생은 교칙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위반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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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GEM Report PEER profiles)


당장 내년 1학기부터 시행될 이 법안에 규제 대상인 학생들은 크게 반발하는 반면,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선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규제가 필요한 건 알겠지만 아이가 법적 제재를 받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며 법 제정을 우려한다. 교사들은 찬반이 팽팽하게 나뉘어 전교조에서도 공식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편리한 기술 뒤엔 그만큼의 위험이 뒤따른다.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이 많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으며, 이에 해법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금지’는 가장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미봉책인 동시에 무책임한 방법이다. 강제적 유예일 뿐,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조절하거나 다뤄볼 기회를 아예 앗아버린다. 법이 제정되면 상황에 따라 개인별 판단 가능성이 사라지며 사람은 법에 종속된다.*

청소년들과 SNS 규제 동향에 대해 토론하던 중 한 아이가 말했다. “그렇게 유해한 콘텐츠라면, 보는 사람이 아니라 애초에 그걸 만드는 사람을 규제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아이들은 이런 질문도 했다. “그런데요. SNS만 안 하면 우리가 진짜 행복해질까요?” 청소년 정서 문제의 원인이 정말 SNS 때문일까. 많은 연구가 우려의 방향으로 기울고 있지만 워낙 복합적인 변수를 가지고 있어서 ‘해롭다/아니다’로 단정할 수 없다. SNS 자체보다는 청소년의 발달 단계, 가정과 학교 환경, 스트레스, 또래 관계 등과 SNS 사용 방식이 상호작용하면서 정신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불안해 하는 아이일수록 SNS에 더 취약하거나, 가정이나 학교에서 지지가 부족할 때 SNS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SNS는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어 쓰는 요즘 아이들이 짬짬이 학업 스트레스 등을 해소하며 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기껏 쉬는 시간 10분, 또는 학원을 오가는 틈틈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 말고 뭘 할 수 있을까. 더구나 ‘디지털 원주민’인 이들은 디지털 없는 세상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말을 배우기도 전부터 유튜브에서 보고 싶은 영상을 척척 골라내는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도구가 아니라 신체의 일부에 가깝다. 스마트폰 규제를 두발 단속이나 복장 규제처럼, 신체를 규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느낀다. 

과연 스마트폰을 금지하면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질까?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아이들이 행복하지 못한 원인이 정말 SNS와 스마트폰에 있을까. 금지, 그 너머의 해법을 찾는 것은 복잡하게 얽힌 아이들과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재구성하는 일이다. 매우 어려운, 그러나 풀지 않으면 안 될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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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도입된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이 0시부터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한 정책이다. 명분은 청소년 수면권 보장, 게임 과몰입 방지 등이었다. 하지만 10년간 흐지부지 시행되던 셧다운제는 2021년 폐기되었다.(보호자 동의에 기반한 ‘선택적 셧다운’ 등으로 전환되면서 국가가 일괄적으로 접속을 막는 방식은 사라졌다.)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급격히 달라진 디지털 환경에서 게임만 규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도 있지만, 애초에 게임 시간을 규제하는 방식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글쓴이  장희숙 _《민들레》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