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30일, 구파발 롯데몰에서 ‘윤어게인’을 자칭하는 중학교 1학년 A를 만났습니다. A는 29일 오후, 토끼풀 인스타그램 DM으로 “12.3 계엄이 왜 내란인지 설명 가능하냐”라고 시비 아닌 시비를 걸어와서 알게 되었는데요. DM으로 대화하면 말이 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론’을 요청하고,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눈 뒤 본인이 밀리는 것 같으면 잠수를 타는 경우가 '애국보수' 사이에서 꽤나 자주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나서 대화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밥이나 한 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롯데몰 쪽이 좋겠다”며 수락하더군요.
'윤어게인' 만나는 것 자체가 난관
일단 ‘윤어게인’ 사상을 가진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작년 이후로 상당히 많은 극우 청소년들을 만났고, 인터넷으로도 조우했는데, 그중에 실제로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눠본 친구는 없습니다. 보통 레퍼토리는 이렇습니다. 온라인으로든 오프라인으로든 먼저 상대 쪽에서 시비를 걸어옵니다. 토끼풀이 ‘좌파 언론’이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겠죠. “계엄이 왜 내란이냐”나 “왜 이재명(주로 ‘찢재명’이라고 표현합니다)을 지지하냐”며 ‘토론’을 요구합니다. 몇 차례 대화가 오간 뒤 저는 “온라인은 한계가 있으니까 만나서 이야기하자”라고 제안하는데, 만나는 건 꺼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이야기하는 경우도 비슷합니다. 비슷한 사상을 가진 친구 두세 명을 불러오더니, 저희 쪽에서 합리적 논리를 내세우면 한 명씩 줄행랑을 칩니다.
사실 저희도 청소년 극우문화를 상세히 분석한 기사를 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현실적인 이유들로 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애초에 대화의 장에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분석을 하겠습니까. 아무튼 극우들과의 대화에 목말라있던 차에, A가 나타난 겁니다. 솔직히 많이 반가웠습니다. ‘윤어게인’과 현실에서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눌 기회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래서 어제 구파발 롯데몰에서 A를 만났습니다. 저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이서찬 기자도 함께했습니다. 우선 “본인을 정치 스펙트럼 위에서 어떻게 정의하는가”부터 물었습니다. "윤어게인"이라고 했습니다. 지지하는 정당을 묻자 “딱히 지지하는 정당은 없다”라며 “그냥 윤석열이 좋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금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어느 정당을 찍을 것인가"라고 물으니 "국민의힘"이라고 답했습니다. 주변에 '윤어게인'과 국민의힘 지지로 이어지는 사람들이 많은지 물었습니다. “대체로 둘 다 싫어하는 ‘중립’”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주로 정보를 공유하는 곳은 ‘인스타그램’이라고 했습니다. A의 친구들이 꽤 많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인스타그램 단체 DM 채팅방을 슬쩍 보여줬습니다. 역시나, ‘이재명 때문에 나라 망했다’ ‘중국인들이 쳐들어오고 있다’는 식의 콘텐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를 주고받는 이들을 ‘중립’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미 중립의 기준선 자체가 많이 치우친 것으로 보입니다.
'계엄이 왜 내란인가' 토론해보니
본격적으로 식사 자리로 이동했습니다. 저는 돈카츠, 이서찬 기자는 메밀소바, A는 소유라멘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계엄이 왜 내란인가’로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A는 “계엄으로 피해 본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느냐”며 “군 투입도 ‘질서 유지용’이었고, 조국 전 의원 등 국회의원들도 자유롭게 출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일단 “군대를 동원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국회의원들도 출입하지 못했다. 조국 등 먼저 들어간 의원들은 초기 경찰이 우왕좌왕할 때 들어간 것이다. 출입이 자유로웠다면 왜 이재명 대통령이나 우원식 국회의장은 담을 넘었겠느냐”고 반박했습니다. “서울경찰청, 국회 관계자에 한해 출입 조치”라고 적혀 있는 타임라인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A는 군 투입에 대해 “아무도 죽지 않았고, 총 한 발 쏘지 않았다”고 재차 언급했습니다. 저는 “‘질서 유지용’이었다면 유리창은 왜 깼나”라고 했습니다. “군대를 동원해 권력을 잡으려 했다는 것 자체가 내란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A는 “비상계엄이면 군인을 투입해도 되는 것 아닌가” “비상계엄 상황에서 군을 사용하는 건 대통령 권한이지, 내란이 아니다”라고 하더군요. 갑자기 주제가 ‘비상계엄이 위법했는가’로 넘어갔습니다. 저는 “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나 행정 및 사법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만 선포할 수 있다. 2024년 12월이 이 중에 해당되는 게 있나”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민주당이 정부 관료들을 다 탄핵했고, 간첩법 개정안에도 반대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문을 보여줬습니다. A는 다행히 헌법재판소의 재판 효력은 인정하는, 그나마 민주적인 ‘윤어게인’이었습니다. 간첩법 개정안 등의 법률 반대와 입법권 남용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도 보여주었습니다. A는 본인의 주장이 전부 반박되자 “민주당이 예산도 없애서 나라를 망하게 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는데, 헌법재판소 판결문엔 예산안 관련한 내용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2025년도 예산안은 정부가 2025년에 지출할 예산에 관한 것이므로, 2024년 예산을 집행하고 있었던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에는 국가의 존립이나 헌법질서, 사회질서,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에 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A는 ‘계엄은 내란’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장족의 발전입니다.
"뉴스는 인스타그램으로... 네이버는 차단돼 못 봐"
왜 그러한 사상에 빠지게 되었는지도 궁금했는데, 주로 뉴스를 인스타그램에서 접한다고 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레거시 미디어는 안 본다는 거죠. 부모님께서 네이버 앱을 막아 놓아서, 그 정보가 옳은 정보인지 검색하는 것도 어렵다고 합니다. 악순환입니다. 앞으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접한 혐오나 극단적 게시물은 팩트 체크를 해 보겠다고 하는데, 인스타그램 뉴스의 홍수 속에서 과연 그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래집단 사이에서 가짜뉴스들이 확산되는 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A가 잠시 보여준 인스타그램 단체 채팅방을 훑어보니 얼핏 보아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게시물이나 이재명 대통령의 말들을 짜깁기해서 혐중이나 ‘윤어게인’ 사상을 부추기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보수 매체의 대표 격인 조선일보를 통해서도 팩트를 알 수 있는데, 인스타그램 안에서 극우 세력이 만들어낸 정보들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노골적인 가짜뉴스들은 국가에서 제재해야 하지 않을까요. 더 나아가 청소년들에게 가짜뉴스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교육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AI 시대가 더 가속화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짜뉴스들은 더 정교해지고 양적으로도 늘어날 텐데, 걱정입니다. 이러다 정말 우리 사회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윤어게인’이라도 소통의 장에 직접 나와서 대화한다면 극우 사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게 증명됐습니다. 논점을 이리저리 바꿔서 대화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대략 3시간 정도 떠든 것 같네요. 합리적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대화에 임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일단 극우 청소년들이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할 것이고, 경청하는 태도가 있어야 하긴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이 바뀐 청소년들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다시 가짜 극우 정보를 믿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무작정 막기보다는 ‘헷갈리는 정보는 주변 믿을 만한 어른들께 확인하기’나 ‘사실이 아닌 정보라고 판단되면 공유하지 않기’ 정도를 알려야 하겠습니다.
‘윤어게인’은 단순히 ‘일베’를 넘어선 문제입니다. 일부 청소년들만 추종하는 ‘일베’와 달리, 인스타그램 등 보편적인 SNS를 통해 일반적인 청소년들에게도 또래집단 사이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가짜뉴스를 실효성 있게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기초적인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학교는 그런 교육을 무작정 ‘정치 교육’이라며, 학부모 민원을 걱정하면서 미뤄 왔습니다. 지금까지 미룬 것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러다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절망하기는 이릅니다. A와의 3시간에서 희망이 보였습니다. 극우의 벽은 '키보드 배틀'이 아니라 마주앉아 나누는 밥 한 끼와 차분한 대화로 깨졌습니다. A가 스스로 모순을 깨닫고 ‘계엄은 내란’임을 인정했던 그때, 우리 사회의 면역 체계가 작동했습니다. 회복은 더딜지 모릅니다.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서로의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니까요.
_문성호 (서울 은평구의 중학생, 청소년 언론 《토끼풀》 편집장)
*이 글의 전문은 《토끼풀》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tokipul.net/yun-eogein-manna-daehwahani-jangjogyi-baljeon
지난 11월 30일, 구파발 롯데몰에서 ‘윤어게인’을 자칭하는 중학교 1학년 A를 만났습니다. A는 29일 오후, 토끼풀 인스타그램 DM으로 “12.3 계엄이 왜 내란인지 설명 가능하냐”라고 시비 아닌 시비를 걸어와서 알게 되었는데요. DM으로 대화하면 말이 통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론’을 요청하고,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눈 뒤 본인이 밀리는 것 같으면 잠수를 타는 경우가 '애국보수' 사이에서 꽤나 자주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나서 대화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밥이나 한 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롯데몰 쪽이 좋겠다”며 수락하더군요.
'윤어게인' 만나는 것 자체가 난관
일단 ‘윤어게인’ 사상을 가진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저도 작년 이후로 상당히 많은 극우 청소년들을 만났고, 인터넷으로도 조우했는데, 그중에 실제로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눠본 친구는 없습니다. 보통 레퍼토리는 이렇습니다. 온라인으로든 오프라인으로든 먼저 상대 쪽에서 시비를 걸어옵니다. 토끼풀이 ‘좌파 언론’이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겠죠. “계엄이 왜 내란이냐”나 “왜 이재명(주로 ‘찢재명’이라고 표현합니다)을 지지하냐”며 ‘토론’을 요구합니다. 몇 차례 대화가 오간 뒤 저는 “온라인은 한계가 있으니까 만나서 이야기하자”라고 제안하는데, 만나는 건 꺼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이야기하는 경우도 비슷합니다. 비슷한 사상을 가진 친구 두세 명을 불러오더니, 저희 쪽에서 합리적 논리를 내세우면 한 명씩 줄행랑을 칩니다.
사실 저희도 청소년 극우문화를 상세히 분석한 기사를 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현실적인 이유들로 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애초에 대화의 장에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분석을 하겠습니까. 아무튼 극우들과의 대화에 목말라있던 차에, A가 나타난 겁니다. 솔직히 많이 반가웠습니다. ‘윤어게인’과 현실에서 몇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눌 기회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래서 어제 구파발 롯데몰에서 A를 만났습니다. 저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이서찬 기자도 함께했습니다. 우선 “본인을 정치 스펙트럼 위에서 어떻게 정의하는가”부터 물었습니다. "윤어게인"이라고 했습니다. 지지하는 정당을 묻자 “딱히 지지하는 정당은 없다”라며 “그냥 윤석열이 좋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금 투표권이 주어진다면 어느 정당을 찍을 것인가"라고 물으니 "국민의힘"이라고 답했습니다. 주변에 '윤어게인'과 국민의힘 지지로 이어지는 사람들이 많은지 물었습니다. “대체로 둘 다 싫어하는 ‘중립’”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주로 정보를 공유하는 곳은 ‘인스타그램’이라고 했습니다. A의 친구들이 꽤 많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인스타그램 단체 DM 채팅방을 슬쩍 보여줬습니다. 역시나, ‘이재명 때문에 나라 망했다’ ‘중국인들이 쳐들어오고 있다’는 식의 콘텐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를 주고받는 이들을 ‘중립’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미 중립의 기준선 자체가 많이 치우친 것으로 보입니다.
'계엄이 왜 내란인가' 토론해보니
본격적으로 식사 자리로 이동했습니다. 저는 돈카츠, 이서찬 기자는 메밀소바, A는 소유라멘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계엄이 왜 내란인가’로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A는 “계엄으로 피해 본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느냐”며 “군 투입도 ‘질서 유지용’이었고, 조국 전 의원 등 국회의원들도 자유롭게 출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일단 “군대를 동원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국회의원들도 출입하지 못했다. 조국 등 먼저 들어간 의원들은 초기 경찰이 우왕좌왕할 때 들어간 것이다. 출입이 자유로웠다면 왜 이재명 대통령이나 우원식 국회의장은 담을 넘었겠느냐”고 반박했습니다. “서울경찰청, 국회 관계자에 한해 출입 조치”라고 적혀 있는 타임라인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A는 군 투입에 대해 “아무도 죽지 않았고, 총 한 발 쏘지 않았다”고 재차 언급했습니다. 저는 “‘질서 유지용’이었다면 유리창은 왜 깼나”라고 했습니다. “군대를 동원해 권력을 잡으려 했다는 것 자체가 내란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A는 “비상계엄이면 군인을 투입해도 되는 것 아닌가” “비상계엄 상황에서 군을 사용하는 건 대통령 권한이지, 내란이 아니다”라고 하더군요. 갑자기 주제가 ‘비상계엄이 위법했는가’로 넘어갔습니다. 저는 “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나 행정 및 사법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만 선포할 수 있다. 2024년 12월이 이 중에 해당되는 게 있나”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는 “민주당이 정부 관료들을 다 탄핵했고, 간첩법 개정안에도 반대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문을 보여줬습니다. A는 다행히 헌법재판소의 재판 효력은 인정하는, 그나마 민주적인 ‘윤어게인’이었습니다. 간첩법 개정안 등의 법률 반대와 입법권 남용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도 보여주었습니다. A는 본인의 주장이 전부 반박되자 “민주당이 예산도 없애서 나라를 망하게 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는데, 헌법재판소 판결문엔 예산안 관련한 내용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2025년도 예산안은 정부가 2025년에 지출할 예산에 관한 것이므로, 2024년 예산을 집행하고 있었던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에는 국가의 존립이나 헌법질서, 사회질서,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에 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A는 ‘계엄은 내란’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장족의 발전입니다.
"뉴스는 인스타그램으로... 네이버는 차단돼 못 봐"
왜 그러한 사상에 빠지게 되었는지도 궁금했는데, 주로 뉴스를 인스타그램에서 접한다고 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레거시 미디어는 안 본다는 거죠. 부모님께서 네이버 앱을 막아 놓아서, 그 정보가 옳은 정보인지 검색하는 것도 어렵다고 합니다. 악순환입니다. 앞으로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접한 혐오나 극단적 게시물은 팩트 체크를 해 보겠다고 하는데, 인스타그램 뉴스의 홍수 속에서 과연 그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래집단 사이에서 가짜뉴스들이 확산되는 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A가 잠시 보여준 인스타그램 단체 채팅방을 훑어보니 얼핏 보아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게시물이나 이재명 대통령의 말들을 짜깁기해서 혐중이나 ‘윤어게인’ 사상을 부추기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보수 매체의 대표 격인 조선일보를 통해서도 팩트를 알 수 있는데, 인스타그램 안에서 극우 세력이 만들어낸 정보들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노골적인 가짜뉴스들은 국가에서 제재해야 하지 않을까요. 더 나아가 청소년들에게 가짜뉴스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교육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AI 시대가 더 가속화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짜뉴스들은 더 정교해지고 양적으로도 늘어날 텐데, 걱정입니다. 이러다 정말 우리 사회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윤어게인’이라도 소통의 장에 직접 나와서 대화한다면 극우 사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게 증명됐습니다. 논점을 이리저리 바꿔서 대화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대략 3시간 정도 떠든 것 같네요. 합리적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대화에 임하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일단 극우 청소년들이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할 것이고, 경청하는 태도가 있어야 하긴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이 바뀐 청소년들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다시 가짜 극우 정보를 믿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무작정 막기보다는 ‘헷갈리는 정보는 주변 믿을 만한 어른들께 확인하기’나 ‘사실이 아닌 정보라고 판단되면 공유하지 않기’ 정도를 알려야 하겠습니다.
‘윤어게인’은 단순히 ‘일베’를 넘어선 문제입니다. 일부 청소년들만 추종하는 ‘일베’와 달리, 인스타그램 등 보편적인 SNS를 통해 일반적인 청소년들에게도 또래집단 사이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가짜뉴스를 실효성 있게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기초적인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학교는 그런 교육을 무작정 ‘정치 교육’이라며, 학부모 민원을 걱정하면서 미뤄 왔습니다. 지금까지 미룬 것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러다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절망하기는 이릅니다. A와의 3시간에서 희망이 보였습니다. 극우의 벽은 '키보드 배틀'이 아니라 마주앉아 나누는 밥 한 끼와 차분한 대화로 깨졌습니다. A가 스스로 모순을 깨닫고 ‘계엄은 내란’임을 인정했던 그때, 우리 사회의 면역 체계가 작동했습니다. 회복은 더딜지 모릅니다.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서로의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니까요.
_문성호 (서울 은평구의 중학생, 청소년 언론 《토끼풀》 편집장)
*이 글의 전문은 《토끼풀》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tokipul.net/yun-eogein-manna-daehwahani-jangjogyi-balj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