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6] 처벌로 혐오를 막을 수 있을까

20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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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신기한 규정이 하나 생겼다. ‘상대편 선수와 언쟁 중에 입을 가리고 말하면 즉시 퇴장’이라는 초강수 규정(mouth-covering rule)이다. 심판이 듣지 못하게 입을 가린 채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발언 등을 하는 선수들이 생겨나자 FIFA는 이런 상황을 원천 차단하고자 입 가리고 말하는 행동 자체를 “혐오 발언을 숨기려는 시도”로 간주한 것이다. 

스포츠계에서 차별과 혐오에 관한 행동은 강력한 처벌의 대상이다. 경기의 공정성과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선수뿐 아니라 감독, 구단, 심지어 관중들의 혐오 행위까지 제재를 가한다. 지난 1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중 부적절한 응원 구호를 외친 배재고 야구부에 ‘6개월 전국대회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배재고 야구단은 광주일고를 찾아가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거절당했고, 배재고 교문 앞에는 비판과 응원이 뒤섞인 화환이 놓였다. 일부 언론은 배재고라는 기독교계 사립학교의 보수적 배경까지 추적 보도하고 있으나, 이는 배재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들 사이에 감지되던 ‘혐오와 조롱의 문화’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할 만큼 일상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확인한 경위에 따르면 배재고 선수들은 우발성을 강조했다. “‘가야지 가야지, 안타 치고 가야지’라는 기존의 응원 구호를 야구부원 중 한 명이 ‘스타벅스 가야지’로 개사해 선창했고, 다른 부원들도 별생각 없이 따라 외쳤다는 주장이다. ‘선창한 한 명 또한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진술의 진위 여부는 확인할 길 없지만 아마도 선수들은 그 응원 구호가 이렇게까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줄 몰랐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들의 야구 인생이 걸린 경기장에서 율동까지 맞춰가며 큰 소리로 비극적인 현대사를 조롱하진 못했을 것이다. 



38d47c371f130.png광주일고를 향해 5·18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된 배재고 앞에 근조 화환과 경조 화환이 나란히 놓여 있다.  


서울시교육청까지 나서서 사과하며 이 일을 계기로 혐오 예방교육, 인권교육, 역사교육, 미디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학교폭력 예방교육’ 같은 의무교육이 학교폭력을 전혀 예방하지 못하듯 몇 시간의 교육으로 이 추세를 거스르긴 쉽지 않다. 마사 누스바움이 말했듯 혐오는 사회 속에서 학습되고 정치화되는 감정이다. 아이들 중엔 실제로 혐오의 감정을 느껴서가 아니라, 뜻도 모른 채 놀이 삼아 혐오의 표현을 따라하는 경우도 꽤 흔하다. 청소년이 혐오나 차별 표현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곳은 인터넷 커뮤니티, SNS다.1) ‘학교와 교실에서 극우화된 혐오 표현을 하는 학생을 목격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교사의 80.2%가 ‘자주 있다’고 답했다.2)

이 사건은 오랜 시간 혐오와 조롱이 아이들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는 것을 방치해온 결과다. 배재고 야구단이 '출전 정지'라는 징계로 사태의 심각성을 체감했을지는 몰라도, 혐오 양산의 근원지는 그대로 있다. 바이러스처럼 번져 아이들의 일상을 잠식한 혐오와 조롱은 처벌이나 학교교육만으로 막을 수 없다. 진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이들이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혐오를 배우고 있는지부터 집요하게 살펴야 한다.



1) 74.4%, 「청소년의 혐오표현 노출실태 및 대응방안 연구」, 김영한 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20

2)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 1월 전국 초중고 교사 17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민원, 보복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적극적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_장희숙(민들레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