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연령 낮추자는 보수당의 '믿는 구석'
“선거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방안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말이 보수당 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2월 4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있는 한국 청소년들의 사회적 판단력이 성인들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선거 연령 하향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내친 김에 “이번 지방선거부터 적용할 수 있게” 하자며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정식 논의를 제안했다.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 적용하기란 불가능함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의 발언에서 정치적 다급함이 읽힌다.
그의 돌발 선언은 ‘선거 연령을 낮추면 보수 정당에 불리하다’는 판단으로 줄곧 이 사안에 부정적이었던 기존 입장과 사뭇 다른 행보다.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선거 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더불어민주당의 발의에 “학교가 정치판, 난장판 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후에도 선거 연령 하향 논의는 여러 차례 수면 위로 올랐지만 보수 정당의 반대 속에 번번이 무산됐다.
이례적으로 ‘16세 선거권’을 먼저 주장하고 나선 그가 믿는 구석은 아마도 여론에서 드러나는 ‘10대의 보수화’ 현상일 것이다. 최근 《시사IN》과 청소년 언론 《토끼풀》이 공동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교실에 정치에 관심 없는 친구들이 절반 정도. 나머지는 “빨간 쪽(국민의힘)”에 가깝다. 또 누군가는 꽤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보수 7, 진보 3”이라고 표현했다. 종합하면 현시점 교실의 절반 넘는 학생은 자칭 ‘보수 우파’와 ‘애국 보수’로 보인다.”1)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가장 많이 나온 연령대는 18~29세(37%)로, 70세 이상(35%)보다 높았다. 정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격차가 그나마 적은 구간도 18~29세였다.
10대들이 실제로 보수화되고 있다 해도, 그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치에는 진보와 보수 양날개 모두 필요하다. 보수화와 극우화는 종종 혼용되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핵심은 배타성이다. 개념 그대로라면 보수화는 전통적 가치, 안정과 질서에 대한 선호를 의미한다. 반면 극우화는 민주주의의 원칙인 소수자 보호, 기본권 존중, 평화적 공존을 부정하거나 훼손하는 수준의 배타적이고 혐오적인 태도를 동반한다. 중요한 것은 ‘10대가 보수화됐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보수화가 극우화로 전이되는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진다
‘보수적 성향의 어린 유권자’들이 ‘내란당’으로 낙인찍혀 해체 압박까지 받으며 활로를 찾지 못하는 국민의힘의 새로운 돌파구로 지목되었다. 의도는 다를지라도, 만 16세 선거권은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확장의 원칙과 맞닿아 있다. 이는 청소년 인권 단체와 민주시민교육 단체들의 오랜 염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부 청소년의 ‘극우화’가 관찰되는 상황에서 선거권 연령만 낮추는 것은 조심스럽다. 20대 정치 활동가 정민철 씨는 이를 ‘위험한 발상’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한다. 극우적 콘텐츠에 둘러싸인 SNS 환경에서 단순히 투표권만 주는 것은 오히려 청소년을 정쟁의 대상으로 만들고, 더 극단적인 메시지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16세에게 투표권을 줄 수 있느냐가 아니라, 16세가 민주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사회가 무엇을 준비했느냐는 질문”이라고 주장한다.2)
그래서 선거권 연령 하향은 반드시 민주시민교육 강화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장동혁 대표는 “교실의 정치화에 대한 부모님들의 염려도 잘 알고 있다”면서 엉뚱한 해답을 내놓았다. “보수·진보 교원단체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확립하고, 주입식 정치교육을 엄격히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대안은 민주시민교육의 본질과 동떨어진 발상이며,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더 악화시키는 방식이다.
청소년들이 성숙한 유권자이자 주체적인 민주시민으로 거듭나려면 선거권 하향과 함께 더 적극적으로 학교에서 정치교육을 해야 한다. 기본적인 정치 상식은 물론 허위 정보에 휩쓸리지 않도록 공적 담론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힘, 젠더·계층·인종 갈등을 역사·사회적 관점에서 보는 힘을 길러야 한다. 토론을 통해 타인을 존중하고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는 연습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2007년 세계 최초로 16세 선거권을 도입한 오스트리아의 경우, 선거권 도입과 동시에 학교의 시민교육을 전면 강화했다. 교육 개혁과 선거권 개혁을 하나의 민주주의 과제로 보고 정치사회 과목 확대, 학생자치와 토론, 모의 선거 교육 의무화로 청소년의 정치적 이해를 높였다. 이 사례가 의미하는 바, 선거권은 ‘자격’일 뿐, 시민성이라는 ‘역량’은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장동혁 대표가 말하는 ‘세계 최고의 교육을 받은 성숙한 청소년’이 무조건 자신들에게 표를 던질 거라 믿는 ‘극우 청소년’은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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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사IN> 959호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176
2) https://x.com/right_mind_2/status/2018959844347449783?s=12
_장희숙(편집장)
선거 연령 낮추자는 보수당의 '믿는 구석'
“선거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방안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말이 보수당 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2월 4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있는 한국 청소년들의 사회적 판단력이 성인들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선거 연령 하향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내친 김에 “이번 지방선거부터 적용할 수 있게” 하자며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정식 논의를 제안했다.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 적용하기란 불가능함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의 발언에서 정치적 다급함이 읽힌다.
그의 돌발 선언은 ‘선거 연령을 낮추면 보수 정당에 불리하다’는 판단으로 줄곧 이 사안에 부정적이었던 기존 입장과 사뭇 다른 행보다.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선거 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낮추자는 더불어민주당의 발의에 “학교가 정치판, 난장판 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후에도 선거 연령 하향 논의는 여러 차례 수면 위로 올랐지만 보수 정당의 반대 속에 번번이 무산됐다.
이례적으로 ‘16세 선거권’을 먼저 주장하고 나선 그가 믿는 구석은 아마도 여론에서 드러나는 ‘10대의 보수화’ 현상일 것이다. 최근 《시사IN》과 청소년 언론 《토끼풀》이 공동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교실에 정치에 관심 없는 친구들이 절반 정도. 나머지는 “빨간 쪽(국민의힘)”에 가깝다. 또 누군가는 꽤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보수 7, 진보 3”이라고 표현했다. 종합하면 현시점 교실의 절반 넘는 학생은 자칭 ‘보수 우파’와 ‘애국 보수’로 보인다.”1)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가장 많이 나온 연령대는 18~29세(37%)로, 70세 이상(35%)보다 높았다. 정당 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격차가 그나마 적은 구간도 18~29세였다.
10대들이 실제로 보수화되고 있다 해도, 그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치에는 진보와 보수 양날개 모두 필요하다. 보수화와 극우화는 종종 혼용되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핵심은 배타성이다. 개념 그대로라면 보수화는 전통적 가치, 안정과 질서에 대한 선호를 의미한다. 반면 극우화는 민주주의의 원칙인 소수자 보호, 기본권 존중, 평화적 공존을 부정하거나 훼손하는 수준의 배타적이고 혐오적인 태도를 동반한다. 중요한 것은 ‘10대가 보수화됐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보수화가 극우화로 전이되는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진다
‘보수적 성향의 어린 유권자’들이 ‘내란당’으로 낙인찍혀 해체 압박까지 받으며 활로를 찾지 못하는 국민의힘의 새로운 돌파구로 지목되었다. 의도는 다를지라도, 만 16세 선거권은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확장의 원칙과 맞닿아 있다. 이는 청소년 인권 단체와 민주시민교육 단체들의 오랜 염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부 청소년의 ‘극우화’가 관찰되는 상황에서 선거권 연령만 낮추는 것은 조심스럽다. 20대 정치 활동가 정민철 씨는 이를 ‘위험한 발상’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한다. 극우적 콘텐츠에 둘러싸인 SNS 환경에서 단순히 투표권만 주는 것은 오히려 청소년을 정쟁의 대상으로 만들고, 더 극단적인 메시지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16세에게 투표권을 줄 수 있느냐가 아니라, 16세가 민주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사회가 무엇을 준비했느냐는 질문”이라고 주장한다.2)
그래서 선거권 연령 하향은 반드시 민주시민교육 강화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장동혁 대표는 “교실의 정치화에 대한 부모님들의 염려도 잘 알고 있다”면서 엉뚱한 해답을 내놓았다. “보수·진보 교원단체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확립하고, 주입식 정치교육을 엄격히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대안은 민주시민교육의 본질과 동떨어진 발상이며,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더 악화시키는 방식이다.
청소년들이 성숙한 유권자이자 주체적인 민주시민으로 거듭나려면 선거권 하향과 함께 더 적극적으로 학교에서 정치교육을 해야 한다. 기본적인 정치 상식은 물론 허위 정보에 휩쓸리지 않도록 공적 담론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힘, 젠더·계층·인종 갈등을 역사·사회적 관점에서 보는 힘을 길러야 한다. 토론을 통해 타인을 존중하고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는 연습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2007년 세계 최초로 16세 선거권을 도입한 오스트리아의 경우, 선거권 도입과 동시에 학교의 시민교육을 전면 강화했다. 교육 개혁과 선거권 개혁을 하나의 민주주의 과제로 보고 정치사회 과목 확대, 학생자치와 토론, 모의 선거 교육 의무화로 청소년의 정치적 이해를 높였다. 이 사례가 의미하는 바, 선거권은 ‘자격’일 뿐, 시민성이라는 ‘역량’은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장동혁 대표가 말하는 ‘세계 최고의 교육을 받은 성숙한 청소년’이 무조건 자신들에게 표를 던질 거라 믿는 ‘극우 청소년’은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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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사IN> 959호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176
2) https://x.com/right_mind_2/status/2018959844347449783?s=12
_장희숙(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