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춤을

제가 우즈벡에 가서 또 하나 놀란 게 있어요. 사람들이 매우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 나라는 사실 세상에서 손꼽히는 독재 부패 국가 중 하나입니다. 북한과 비슷한

수준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사실 자원도 많고 땅도 넓고 전통과 역사도 깊고, 대

단한 나라입니다. 그 나라에서 부패와 독재만 걷어낸다면 일약 도약할 수 있는 그런

나라예요. 그런데 이 나라 백성들은 대단히 삶의 흥겨움을 알던데요. 점심시간이고

저녁시간이고 조금 반듯한 음식점에 가면 음식 주문하고 춤을 춰요. 어두컴컴하게

불을 켜고 추는 것이 아니고, 환한 곳에서 춤춰요. 양아치 막춤 추는 것이 아니라, 전

통리듬에 맞춰서 흥겹게 몸짓 크게 춤춰요. 밥 먹고 난 뒤 또 춤을 춰요. 얼마나 행복

해 보이던지요.

여러분들은 부모형제 일가친척 부모자식이 모여서 춤을 춰 본 경험이 있습니까? 돌이

켜 생각해 보니 저는 부모님이 춤추는 것을 못 봤어요. 우리 집은 춤추는 집안이 아니

거든요. 대소잔치를 할 때 춤추는 법이 없어요. 부모님과 같이 춘 적도 물론 없죠. 사는

것이 얼마나 삭막합니까? 인생의 낙이 뭐예요? 가·무·악 아닙니까? 노래하고, 춤추고,

음악을 연주하고. 시·서·화 아닙니까? 시를 쓰고 읽고, 글을 쓰고 읽고, 그림을 그리고

보고. 문·사·철 아닙니까? 문학과 역사와 철학으로 인간의 깊이를 더하고, 인간에 대한

이해, 세상에 대한 이해를 더하는 것이 인생 행복의 인프라 아닐까요?

-곽노현, <민들레> 78호, 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