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가 달콤하게 착착 감기는 이유

조회수 1499

이한


내용의 타당성을 따지는 제대로 된 방법을 익히지도 않았는데, 

어떤 주장의 타당성을 사람들은 무슨 수로 판별할까? 수가 없진 않다. 

읽어보고 ‘그럴 듯한가 아닌가’를 판단하면 된다. 

뭔가 깨달음을 주는 듯하거나 확신을 주면 그럴듯한 것이고, 

싫거나 어렵거나 자신이 평소 생각하던 바와 잘 맞지 않으면 그럴듯하지 않은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에게 아첨하는 글을 좋아하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대중적인 지식 유통의 현실이다.


필자 주위의 많은 이들은 자기계발서를 싫어한다. 

그러나 필자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세속적인 성공을 바래서가 아니라,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른은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보살피고 격려하고 이끌어나가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누가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좋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생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요령은 무엇인가에 관해 

다른 사람들의 경험이나 조언이 담긴 책을 읽고 참고 삼아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타당한 조언과 타당하지 않은 조언을 구분할 수 없다면 차라리 읽지 않느니만 못하다. 

자기계발 베스트셀러들의 상당수는 앞서 말한 도치된 현실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그럴듯하고 착착 달라붙는 메시지들을 제시하면서 현실이 급격히 바뀌리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켜서 책을 팔아먹는다.

이 책들은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직관’으로 주장의 타당성을 판단한다는 점을 이용해 사실을 왜곡한다. 

그런데 이 ‘직관’이란 과연 얼마나 믿음직스러운가?


우선 직관은 아첨에 약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지적이고 공정하고, 편견도 없고, 운전도 잘한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고학년 학생 100만 명 중 70퍼센트는 자신의 통솔력이 평균보다 우수하다고 생각했다. 

평균 이하라고 생각한 학생은? 놀랍게도 2퍼센트에 불과했다. 

지적인 대학 교수들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해서 조사했더니, 

교수들 중 94퍼센트가 자신이 다른 교수들보다 잘 가르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아첨에 살살 녹는 이런 성향은 어떤 이론이나 모델의 타당성을 단번에 판단하는 직관의 능력을 거의 쓸모없는 것으로 만든다. 

심리학자 피터 글릭이 점성학이 개인의 인성을 정확히 설명해 준다고 믿지 않는 학생들에게 두 종류의 천궁도를 읽어주었다. 

물론 해당 학생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천궁도는 부정확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에 처음에는 점성학을 믿지 않던 학생들도 긍정적인 내용의 천궁도를 접한 후에는 점성학에 대단한 믿음을 보였다. 

이 정도다. 이것을 바넘 효과(Barnum Effect)라고도 하고 포러 효과(Forer Effect)라고도 하는데, 

애매하고 일반적인 내용인데도 자신에게만 직접 적용되는 내용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일 『늘 손해 보며 사는 당신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다고 하자. 

‘손해’의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받은 것보다는 준 것을 잘 기억하므로. 이런 식으로 독자들을 낚고, 

또 낚은 책들의 내용을 펼쳐 보면 그 조언조차 바넘 효과와 포러 효과를 십분 활용한 것일 뿐이다. 

한마디로 아무 내용이 없다.


민들레83호, <빠져나오기 힘든 자기계발서의 함정> 중에서

20121119민단책책_1~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