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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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오래된 글이긴 하지만 다시 곱씹어볼 글 같아서 올려봅니다 ::

세계 바둑계를 한국의 젊은이들이 평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학교에서 바둑을 정규 과목으로 만들어 가르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바둑 시험을 보고 내신성적을 내고 그래서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또 바둑학원으로 가야 했다면? 컴퓨터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학교에서 컴퓨터도 국영수처럼 가르쳤더라면 오늘날 실리콘 밸리도 테헤란로 모습은 아주 달라졌으리라.

지금 같은 학교에 자원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우리 교육이 좋아지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학교를 살리는 길이 곧 교육을 살리는 길이라고 믿는다면 아직 새로운 시대의 종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21세기를 맞아 경쟁력 있는 인적자원들을 길러내기 위해 교육부 이름까지도 교육인적자원부로 바꾸고서 '총력을 기울여' 학교 환경을 개선할 계획을 세웠단다. 최근 교육부는 2004년까지 1100개 학교, 3만6천 개 학급 그리고 교원을 2만2천 명 증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학교 수와 학급 수를 늘리고 교사 수를 늘인다고 교육이 제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붕어빵을 찍어내는 빵틀이 갯수가 늘어난다고 다른 빵이 나오겠는가. 또 빵틀이 모양새가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는가? 얼굴 생김이 다르듯이 모두가 다른 아이들을 같은 내용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도록 몰고 가는 지금 같은 국가주도 교육은 시대착오임을 알아야 한다. 아직도 국정교과서를 펴내고 언제 어떤 내용을 어떤 속도로 어떻게 가르칠지까지 모든 학교의 모든 교사들에게 지시하면서 교육 환경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의 물리적인 환경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만 붕어빵틀이 아니라 교사를 길러내는 교대나 사범대도 붕어빵틀임을 알아야 한다. 지금 같은 교사양성 제도로는 진정 교사다운 교사를 길러낼 수 없는 것이 불 보듯 뻔하건만 교사 수를 늘인다고 해서 우리 교육이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말을 새겨들을 일이다.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증을 가진 교사, 국가가 인정하는 학교만이 교육을 할 수 있다는 낡은 생각의 틀부터 깨뜨려야 한다. 이미 누구나 교사이며 '교육은 모든 사람들의 일'이라는 것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미디엄 사이즈'에 한 가지 디자인만 갖추고서 옷에다 몸을 맞추기를 강요하는 지금의 학교체제를 근본에서부터 바꾸어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맞는 맞춤옷 같은 교육을 할 수 있으려면 학교 수, 학급 수를 늘이기보다 먼저 학교가 작아져야 한다. 그리고 학교 문턱을 낮추어 학교 같지 않은 학교도 학교가 될 수 있게 길을 터 주어야 하고, 학교의 담을 허물어 교육이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병호·『민들레』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