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06] 세계 여러 나라의 '금쪽이' 현상

2025-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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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금쪽이’가 이런 뜻이 되었을까

 

“아이고, 금쪽 같은 내 새끼.” 귀하디귀한 자식을 아껴 부르던 말, ‘금쪽이’가 전혀 다른 뜻이 되었다. 오늘날 버릇없고 문제 많은 아이를 가리키는 금쪽이는 ADHD 등 정서위기 학생까지 통칭하는 말이다. 교사들이 “우리 반에 금쪽이가 있어” 하는 건 “우리 반에 폭탄이 있어”와 같은 뜻이다.

의도치 않게 금쪽이란 말을 유행시킨 ‘육통령(육아 대통령)’ 오은영 박사의 시대도 저무는 듯하다. 지난 세대의 권위적 양육에 대한 반발로 아이를 존중하며 자유롭게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들과 ‘아이의 감정 읽어주기’를 강조하는 오은영 박사의 훈수가 마침하게 만나 한동안 ‘공감 육아’가 유행했으나, 최근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이 감정 읽어주기’라는 육아법은 ‘오냐오냐 떠받들기’로 변질되었고 “선생님 때문에 우리 아이가 상처받았어요” 하는 학부모 항의는 교권 침해의 상징이 되었다. 

오은영 박사는 아이를 과보호하는 것과 아이 감정을 존중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며 자신의 가르침이 왜곡된 데 억울함을 표하기도 했으나, 어쩌랴. 수신자들은 발신자의 메시지를 의도대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금쪽이 현상의 세계적 동향

 

오은영 박사만 탓할 수 없는 것이,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친절하고 다정한 공감 육아’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주로 급격히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 자녀 수가 적은 나라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중국에서는 한 자녀 정책 이후 등장한 ‘작은 황제 현상(小皇帝现象)’이 세계적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이들 나라에서 ‘지나치게 너그러운 육아’에 대한 부작용이 생겨나고 사회적 비판이 이는 것 또한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직접적으로 지적하는 일이 사라지고 있다. 학생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오답에 빗금을 긋지 않으며, 아이들의 ‘감정 체크인(오늘 네 기분이 어때?)’이 수업의 첫 과제가 된 교실도 있다. 부모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녀가 조금이라도 불편해하지 않도록 사소한 것까지 해결해주는 ‘과잉 배려’가 일상이 되었고, 자율과 선택을 강조한 나머지 부모는 권위를 내려놓고 조율자가 아닌 동조자 역할에 머무른다.”

『부서지는 아이들』이란 책에 나오는 미국의 상황이다. 우리의 이야기로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한국 상황과 꼭 들어맞는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수백 명의 부모, 교사, 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공감’이란 이름으로 놓치고 있는 교육과 양육의 본질을 되묻는다.1) 

‘햄버거 빵에 붙은 참깨를 하나하나 제거해주는’ 부모들, ‘배려의 교육’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을 치료와 감시의 대상으로 만드는 교육계를 강하게 비판하며 “혼내는 대신 이해하려 하고, 틀린 것을 말하지 않으며, 제재보다 배려를 택하는 교육이 결과적으로 아이의 회복력을 빼앗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그는 부모, 교육자, 전문가들이 아이의 감정을 최우선에 두는 과정에서 훈육, 규율, 책임, 절제 같은 오래된 가치들이 사라졌음을 지탄한다. 

패션에도 유행이 있듯, 양육법도 그 시대의 사회적 조건과 가치관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한국과 미국의 육아법은 서로 다른 배경을 거쳤지만, 2010년대 이후 두 나라 모두 ‘감정 존중 양육’이 확산되고 있는 공통점을 보인다. 한국에서 체벌 금지와 아동인권 강화가 제도적으로 마련되는 동안 미국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인식·조절하고 타인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회정서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이 학교의 주요 교육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또한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이란 이름으로 이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2) 동시에 두 나라에서는 ‘과보호로 인한 회복력 저하’라는 비판이 공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부서지는 아이들』이 한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애비게일 슈라이어, 『부서지는 아이들』, 이수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25

 

다음 시대에 유행할 육아법은?

 

앞으로의 양육법은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부서지는 아이들』과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한국 저서로 『어른아이를 만드는 사회』, 『적절한 좌절』 등이 출간되고 있다. 과하게 허용적이고 친절한 양육 방식이 외려 아이들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실패, 좌절 등 부정적으로 여겼던 것들이 인간의 성숙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임을 강조하는 책들이다. 

어린 생명이 성장하는 데 친절함, 다정함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동시에 좌절과 실패, 갈등을 직접 경험하도록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모가 어려움을 대신 해결해주는 대신, 아이가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회복탄력성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양육과 교육의 핵심은 ‘공감과 훈육’ ‘보호와 회복력’이라는 두 축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달려 있을 듯하다. 

『부서지는 아이들』 표지에는 눈, 코, 입이 뒤섞인 아이의 얼굴이 등장한다. 기이하다 못해 서글프기까지 한 그림은 이 시대 아이들의 표상이다. ‘나약하고 버릇없는 요즘 아이들’이라고 쉽게 말하기 전에 (자신들도 원치 않게) 이런 방식으로 어른이 되어가는 아이들의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이의 감정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믿음이 결국 감정을 견디지 못하는 세대를 만들어냈다”는 저자의 통찰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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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어판은 ‘다정한 양육은 어떻게 아이들을 망치는가’라는 부제로 ‘양육’에 초점을 두었지만 책의 원제는 『나쁜 치료: 아이들은 왜 자라지 않는가, Bad Therapy: Why the Kids Aren't Growing Up』이다. 감정 중심 양육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부모와 학교가 아이들의 문제를 과도하게 의료화한다’는 경고를 던지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 번역된 이 책은 치료적 관점을 과하게 폄훼한다는 측면에서 논쟁이 되기도 했다.

2) 저자는 미국에서 잘못 자리 잡은 사회정서학습을 강하게 비판한다. 지난 2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한국형 사회정서교육’을 도입해 아이들의 마음돌봄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_장희숙(민들레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