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민들레

[오디세이민들레] 우리는 진짜 세상을 만나고 왔다 _ 교육활동 <세상 만나기>

민들레의 주요교과인 '연결과 사유의 방'은 나를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내용을 다룹니다.진로탐색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2학기에 각자 자기의 질문과 친구들의 질문으로 세상을 스승 삼아 질문여행을 다녀오면, 그 다음은 학생 개개인의 흥미와 관심의 영역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는 '세상 만나기'를 합니다. 

교사가 되고 싶은 이, 작가가 되고 싶은 이,  기획자가 되고 싶은 이,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 창조하고 싶은 이, 상담자가 되고 싶은 이 등 각자 소망을 품은 이들이 세상을 향해 나갑니다. 고교학점제로 인해 작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일상에서 틈새를 내어 만나고 싶은 분들을 찾아 뵙고 그 길이 자기와 맞는지 가늠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상 만나기 이후, 각자의 경험과 사유를 정리한 에세이를 발표합니다. 모두의 에세이를 다 나눈 것은 아니나, 월요일에 나눈 에세이의 일부를 공유하려 합니다. 일단 한 학생의 에세이를 먼저 공유하겠습니다. (학생의 허락을 받고 올립니다.)

<내가 꿈이라고 불렀던 것>

하유민

 정독도서관 정원에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렀다. 나무에는 단풍이 졌고, 그 주위를 거닐며 하현상의 <calibrate> 앨범과 이랑의 <신의 노래> 앨범을 임의재생하여 듣곤 했다. 산책을 하면 걱정들이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에 무작정 걸어다녔다. 단풍이 예뻤고 햇살이 눈부셨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다. 

 위태로운 상태였다. 막막하다는 생각을 했다. 당장 내일, 내년, 몇 년 후의 미래가 너무나도 두려웠다. 자기계발서에 적혀있을 법한 이야기들을 잘도 비웃었다. 쉽다는 듯 이야기하는 모든 것들을 싫어했다. 최근 나에게는 모든 것이 너무나도 어려웠다. 


동경의 초입

 초등학교를 다니던 어느 시점 이후부터 내 희망 직업란에는 ‘국어 교사’가 적혀있었다. 문득 어느 한 분야에 꽂히지 않는 이상 그랬다. ‘교사’라는 직업은 익숙했다. 엄마가 교사이기 때문에, 학교니 교사니 하는 것은 나와 너무 가까운 것들이었다. 교사로서 엄마는 멋있는 사람이었고, 내가 만나는 교사 중 특별히 좋지 않은 인상을 주는 사람도 없었다. 동경이 너무나 헤픈 나로서는 교사를 동경하는 게 가장 쉬운 일이었다. 

 오디세이에 오고 나서 가장 많이 한 일은 ‘질문’이지 않을까. 그것은 대부분 나를 향해 있었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을 의심하고 질문했다. 그 작업은 이제 나의 삶에 꽤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그것의 긍정적인 효과는 나를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효과도 있냐 묻는다면, 나를 알게 됨으로써 또한 알게되는 나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것이다. 

 감수성이 풍부한 나와 부모님은 꽤 다른 사람이었다. 내가 관계에 대한 고민을 말할 때 필요한 건 언제나 위로와 공감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힘들었겠네’, ‘그래도 괜찮을 거야’ 같은 말을 원했다. 부모님께 그런 이야기를 할 때 돌아오는 말은 대부분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 말은 나를 탓하는 말도, 그 애가 나보다 더 잘했다는 말이 아니었다. 그렇게 힘들어하지 말라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말은 나에게 그닥 의미가 없었다. 어릴 때는 그런 말들이 위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으니 더욱 힘들었다. 마음속에 외로움이 자라고 있었다. 

 나의 동경은 엄마를 향해 있었다. 교사로서의 모습을 볼 때는 엄마가 왠지 먼 존재같이 느껴졌고, 그래서인지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나의 결핍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많은 것들을 동경하고 다녔다. 부모님에게서 채워지지 않았던 결핍들을 내가 만나는 선생님들에게서 치유 받기도 했었다. 나는 엄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교사들에게 엄마를 겹쳐 보았다. 

 나의 결핍을 인지하게 된 시점부터 내가 꿈꾸던 교사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교사가 되고 싶다는 욕구가 정말 나의 것일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까. 교사라는 직업을 꿈꾸었던 것이 나의 결핍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교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중 하나였다. 나는 사람을 만나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고, 국어 과목 수업을 듣는 것을 즐겼고, 친구에게 여러가지를 설명해주는 것을 좋아했던 것도 교사가 되는 것을 꿈꾼 이유였다. 그럼에도 의심을 멈출 수는 없었다. 나의 진정한 욕구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세상이던 동경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교사들을 만났다. 


시작

 쑥갓의 수업은 흥미롭다. 에로스 사랑에 관련된 글을 읽고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쑥갓의 수업은 나에게 꽤 신선하게 다가왔고, 그 신선함이 건강하고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교사로서의 쑥갓도 신선했다. 유쾌한 수업을 하시지만, 선을 넘지 않게 되는 분위기를 만드시곤 했다. 그렇게 쑥갓은 나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쑥갓에게 섭외 메일을 드리고, 답변을 받으니 세상 만나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던 막막함이 조금은 괜찮아지는 기분이었다. 수요일 하루동안 쑥갓을 따라다니며 관찰하기로 했고, 인터뷰도 하기로 했기에 수요일 하루가 채워졌다. 동경하던 대상을 만나뵙고 그 하루를 따라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기대되었다. 

 세상 만나기 기간의 수요일이 되었고, 정말 바쁜 하루를 보냈다. 쑥갓의 하루를 보면서 새로운 질문이 생기기도 했고, 쑥갓이 멋진 사람이라는 것이 상기되기도 했다. 일정 중간 비는 시간과 일정이 끝난 후의 시간들 틈틈이 총 세 차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루고 싶은 것

 쑥갓은 세상이 마음에 안 들어서 교사가 되었다고 하셨다. ‘교사’에 대한 엄청난 갈망이 있었던 것이 아닌, 세상을 조금이나마 마음에 드는 쪽으로 움직이기 위함이었다. 내가 교사를 꿈꾸는 맥락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라 조금은 놀랐다. 어떤 직업을 선택할 때에는 그 직업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결국 쑥갓이 이루고 싶은 꿈은 노동의 민주화, 노동 해방이라고 하셨다. 이야기를 들으며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만이 많은 청년 시절을 보냈고, 그로 인해 꿈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멋져 보였다. 쑥갓은 정말 세상을 마음에 드는 쪽으로 움직이고자 하고 있었다. 

 쑥갓의 모습을 보며 나의 현재를 떠올리기도 했다. 무언가 열렬히 좋아하거나 원하는 것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관심이 있는 분야는 있지만 그것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 꿈이 무엇이냐 물을 때 고민 않고 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멋지다고 생각했다. 어떠한 직업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참 부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나의 이야기를 조금 드리자, 쑥갓은 교사가 되더라도 교사가 되고 나서 어떤 것을 이루고 싶은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자신의 욕망이 없으면 사회의 욕망을 따라가기 마련이고, 그런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다고, 잘 사는 것의 핵심은 내 욕망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어떤 직업이든 그 직업을 왜 가지고 싶은가, 그 직업을 가져서 무엇을 이룰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하셨다. 

 동의했다. 또한 내가 꿈꾸고 있던 교사 그 뒤에는 어떠한 의미도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왜 교사가 되고 싶은지는 생각해 보았지만, 교사가 되어서 무얼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나는 무얼 이루고 싶었을까. ‘이루고 싶었던 것’에 대한 설명은 많이들 하지만, 그것을 나에게 질문한 적이 없었다. 내 욕망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다. 또한 조바심이 났다. 교사를 꿈꾸는 것에 그리 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래도 꿈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무얼 이루고 싶은지가 너무도 막막했다. 

 그러한 막막함이 몰려올 때 쯤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녹음을 중단하지 않은 채 새로운 질문을 했다. 말이 정리되지 않아서 거듭 말을 더듬었다.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교사가 되는 이상적인 길을 걷기에는 요즘의 내 상태가 안 좋은 것 같다고 구구절절 이야기했다. 

 쑥갓은 내 질문을 찬찬히 들으시고는 잠시 고민하시다가 대답을 해주셨다. “유민이 아직 열일곱 살이지 않아요? 그때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것이 특이한 거지, 그게 없다고 해서 이상한 건 아니에요. 진로 탐색이란 자기 인생에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내가 뭘 해결하고 싶지? 무엇에 부딪히고 싶지? 뭐가 되어야 내가 만족스럽지? 같은 거요.” 

 친구들이 나에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 하면 아직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 했었다. 시간은 많다며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그런 이야기를 나에게 해줄 수도 있는 거였다. 나는 아직 열일곱 살이고, 쑥갓의 말처럼 열일곱 살에 뚜렷하게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루고 싶은 것이 진짜일 수도 있지만, 또한 착각일 수도 있는 거였다. 언제든 생길 수 있고,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언제든 괜찮은 거였다. 나의 세상 만나기 과정 중 진심이 담기지 않은 적은 없었다. 나는 열렬히 탐색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것이 늦은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막막함이란 인간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알 수 없다는 특성에서 생기는 불안은 어쩔 수 없이 막막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을 다루는 것은 나에게 달려있다. 지금 나의 불안을 다루는 방법은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루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고, 더 질문하고 탐구하면 된다고. 쉽지 않을 것을 알지만 우선은 나를 잘 토닥이려 노력해야겠다. 


소통을 꿈꾸는 교사

 어쩌면 그러한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은 채로 토요일이 되었고, 열남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전히 불안이 컸고, 두렵기도 했다. 그럼에도 열남과의 인터뷰를 기대했다. 열남은 1학기 때 수학을 가르쳐주셨고, 내가 되고 싶은 교사의 모습과 가장 가까웠다. 2학기 국어 수업의 에로스 사랑 인터뷰의 인터뷰이를 부탁드렸을 정도로 존경하는 분이다. 

 세상 만나기 인터뷰를 하다 열남께서 나에 대해 물어보셨다. 왜 교사를 꿈꾸고 있냐고. 나는 열심히 설명했다.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 교사를 꿈꿨고, 여러 일들 때문에 마음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열남과의 대화에서 나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걱정하던 것들을 토하듯 뱉어냈다. 그걸 이야기한 것 만으로도 불안하던 마음이 조금은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이후 열남의 이야기를 들었다. 열남은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신다. 오디세이에 오기 전에 답답했던 부분들이 오디세이에 오고 해소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건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디세이의 교사분들은 모두 학생과의 소통을 중요히 여긴다고 하셨다. 그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모두에게 있다고 말하셨다. 

 소통을 정말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라는 것은 열남과 대화를 하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수업에서도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셨고, 몇 시간의 인터뷰에서도 소통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거듭 하셨다. 참 멋진 선생님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내가 만약 여러가지를 이겨내고 교사가 된다면 꼭 그런 모습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학생일 때 받은 좋은 영향을 누군가에게 주고 싶다. 정말 만약 교사를 더욱 열렬히 꿈꾼다면, 그 답변은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변명 또는 솔직함

 좋은 삶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열남께 드리는 마지막 질문이었다. 열남은 고민하고 말을 고르시다가 답변하셨다. 열남이 생각하시는 좋은 삶은 ‘솔직한 삶’이었다. 이런저런 삶의 면모를 다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가끔은 글도 쓰고, 가끔은 진지한 대화도 하고, 가끔은 그냥 우스갯소리하고. 그런 모든 것을 그저 솔직하게 바라보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솔직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거짓말을 자주 하는 것도 그렇지만, 나 자신에게 그다지 솔직하지 못하다. 나는 언제나 나를 변명한다. 또한 꾸며낸다. 그 꾸밈은 좋은 쪽일 수도, 혹은 좋지 않은 쪽일 수도 있겠다. 내가 나 자신에게 솔직한 것은 더더욱 갈피를 잡지 못했다. 여전히 그렇다. 

 그런 나에게 솔직한 삶이 좋은 삶이라는 말은 꽤 아픈 말이었다. 확실히 내가 살고 있는 삶은 나에게 그리 좋은 삶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솔직한 것은 감정의 원형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 들여다보는 일은 항상 나에게 어렵다. 노력해야 한다. 좋은 삶을 가꿔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명 솔직함도 필요하겠다. 


 열남과의 인터뷰를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는 녹음본을 정리하며 쑥갓과의 인터뷰도 떠올렸다. 둘은 꽤 다른 사람 같았고, 그런 둘을 인터뷰한 것에 보람을 느꼈다. 집에 가는 동안 계속 생각한 것은,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였다. 녹음본을 살펴보았고, 수요일 하루닫기도 보았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번뜩 떠올랐다. 

 나는 안정적인 것을 원하는 사람인 것 같다. 안정적이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안정되어 있는 것을 너무나도 필요로 했다. 그러다 보니 뚜렷하지 않은 현재가 괴로웠다. 내가 꿈꾸기 가장 쉬운 것을 꿈이라고 믿었을 수도 있다. 또한 세상 만나기의 맥락도 그렇다. 교사가 되고 싶다는 의지가 뚜렷해지길 바랐다. 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교사를 만나뵐 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교사들을 만났다. 교사가 되고 싶다는 의지를 품고 싶었다. 세상 만나기를 기획할 때의 욕구를 조금은 알아챘다. 

 내가 만난 세상은 ‘나’였다. 세상 만나기 내내 나는 결국 나에 대해 질문하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 열일곱 살인 지금은, 그게 없는 채로 조금 더 묻고 헤매어도 된다고 믿어 보기로 했다. 

 질문여행의 질문으로 가져갔던 ‘나를 이해하는 것’을 이번 세상 만나기를 통해 조금은 이루었다. 감사한 시간을 보냈고, 기록하지 않은 내용들도 모두 나에게 와닿는 내용이었다. 미래의 내가 어떠한 직업을 가진다면 두 선생님께 찾아가 이 에세이를 보여드려야겠다. ‘지금은 이런 사람이 되었어요.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라는 말을 하며. 그럴 수 있는 좋은 삶을 천천히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