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학교의 외형은 많이 바뀐 듯 보이지만 ‘입시 경쟁’이라는 속내는 여전합니다. 고등학교에선 아예 노골적으로 ‘될 놈, 안 될 놈’을 구분해 소수의 아이들만 챙기며 다수의 아이들을 방치합니다. ‘안 될 놈’으로 찍혀 밀려나는 아이나 ‘될 놈’으로 찍혀 떠밀리는 아이나 불행하긴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결국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모두를 희생시키는 교육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는 셈이지요.
점점 속도를 올리며 질주하는 교육을 들여다봅니다. 선행학습, 7세 고시, 4세 고시... 광란의 질주가 점점 더 어린 연령으로 향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불안을 조장하는 사회, 내 아이가 특별하길 바라는 부모들의 바람, 학원을 닮아가는 학교 구조 속에서 아이들은 생기를 잃어갑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누구를 위한 교육인지 되묻게 됩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함께 길을 찾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같이 읽고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_엮은이의 말 중에서
차례
엮은이의 말_과업에 시달리는 아이들 장희숙
1부 떠밀리거나 주저앉거나
대치동 키즈가 어른이 되어_ 소마
잠자는 교실, 무기력한 아이들_ 현승훈
똑똑하던 아이는 어떻게 열등생이 되었나_ 유양희
내가 다닌 학교, 아이가 다니는 학교_정지섭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_이설기
2부 다른 교육은 가능할까
좋은 부모보다 좋은 사회가 먼저다_장희숙
영유아 사교육이 아이들 성장에 미치는 영향_김은영
사교육 해방 국민투표를 제안한다_이형빈
대학 서열 해소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_김태훈
시민과 공인을 기르는 교육_ 현병호
제언_영재교육과 엘리트교육_ 송용진
배움터 이야기_'소꾼' 양성소, 책숲 이야기_ 김희동
교육 동향_지역 교육과정으로 살아나는 작은학교_노한나
만남_ 느린학습자에게 정보 격차 없는 사회를!_ 피치마켓
부모 일기_어린 시절을 존중하는 문화_ 이사비나
통념 깨기_책 많이 읽는 아이가 똑똑하다?_ 지은정
또 하나의 창_기후위기, 달라지는 우리 농업과 식탁_ 엄은희
본문 가운데
이러한 학교의 방대한 시험 범위 공지, 그에 이은 내신 대비 학원의 방대한 족집게(?) 강의는 내신 1등급을 만들어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지만 학생들에겐 너무나도 잔인한 방식이다. 왜냐하면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게 나온 경우, 학생은 탓할 대상이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범위를 공지했으며 학원에서는 예상 문항을 짚어주었으니, 소위 다 떠먹여주었는데 네가 받아먹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거기에 “넌 왜 그것밖에 못하니” 하는 부모님의 한마디까지 거들어주면 완벽해진다. 수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연속적인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다. _ 소마, 대치동 키즈가 어른이 되어
아이는 이 모든 프로그램을 거부했다. 아니, ‘선택’하지 않았다. 오로지 정규수업에만 참여하고 공식 하교 시간에 홀로 당당히 교문을 나섰다. 결국 반 평균을 깎아먹는 아이가 되었고, 3월에 본 시험에서 다른 과목은 몰라도 수학은 확실히 반에서 꼴찌를 했다. 나름 학교에서 맡은 중요한 역할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아이를 위해 내신 밑바닥을 깔아주는 역할이다. ‘될 놈만 확실히 밀어주는’ 학교에서 우리 아이의 역할은 아주 지대한 것 아닌가. 대안학교에서 똑똑하단 소리를 꽤 들었던, 총명했던 아이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그렇게 열등생이 되었다. _ 유양희, 똑똑하던 아이는 어떻게 열등생이 되었나
개인의 선택인 듯 보이는 부모들의 양육 방식은 사실 문화, 역사, 제도, 경제 시스템의 상호작용 결과다. 그러므로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부모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사회이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 부모도 아이도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생존 위협을 느끼게 하는, 기울어진 사회를 그대로 둔 채 ‘7세 고시’와 ‘4세 고시’에 뛰어드는 부모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들이 주는 것은 사랑이지만 사회 불평등이 그 사랑을 ‘경쟁’으로 만든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먼저 좋은 사회가 필요하다. _ 장희숙, 좋은 부모보다 좋은 사회가 먼저다
젊은 시절을 시험공부에 다 바친 이들이 고시를 통과해서는 기득권 집단에 안주하는 사회는 정체되거나 퇴행하기 마련이다. 서울대를 나와 9수 끝에 사법고시를 통과한 사람이 최근에 보여준 행태가 이를 잘 말해준다. 아이들이 시험에 인생을 걸지 않아도 되는 교육과 사회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에 자신이 기여할 바를 찾아 공무를 담당하고자 하는 이들,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교사의 길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게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할 때 공동체의 지속가능성도 높아지고 사회도 진보할 수 있다. _ 현병호, 시민과 공인을 기르는 교육
물론 책은 여전히 훌륭한 배움의 도구다. 앞으로도 책이라는 도구를 다른 방식보다 더 선호하는 사람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하거나 절대적인 방식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종이 뭉치’만 신성한 정보원이라는 사고에서 탈피해서 ‘이 세상’이 모두 방대한 지식의 장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똑똑하다’는 말은 ‘우리는 단일민족이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다’ 같은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이들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그렇게 믿도록 우리에게 ‘심어진 생각’일 뿐이다. _ 지은정, 책 많이 읽는 아이가 똑똑하다?
민들레 Vol.156(2025년 여름) 과잉교육 사회
• 쪽수: 200쪽
• 책값: 16,500원
• 펴낸날: 2025년 6월 1일
• ISBN : 9791191621198 (03370)
책 소개
학교의 외형은 많이 바뀐 듯 보이지만 ‘입시 경쟁’이라는 속내는 여전합니다. 고등학교에선 아예 노골적으로 ‘될 놈, 안 될 놈’을 구분해 소수의 아이들만 챙기며 다수의 아이들을 방치합니다. ‘안 될 놈’으로 찍혀 밀려나는 아이나 ‘될 놈’으로 찍혀 떠밀리는 아이나 불행하긴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결국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모두를 희생시키는 교육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는 셈이지요.
점점 속도를 올리며 질주하는 교육을 들여다봅니다. 선행학습, 7세 고시, 4세 고시... 광란의 질주가 점점 더 어린 연령으로 향하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불안을 조장하는 사회, 내 아이가 특별하길 바라는 부모들의 바람, 학원을 닮아가는 학교 구조 속에서 아이들은 생기를 잃어갑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누구를 위한 교육인지 되묻게 됩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함께 길을 찾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같이 읽고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_엮은이의 말 중에서
차례
엮은이의 말_과업에 시달리는 아이들 장희숙
1부 떠밀리거나 주저앉거나
대치동 키즈가 어른이 되어_ 소마
잠자는 교실, 무기력한 아이들_ 현승훈
똑똑하던 아이는 어떻게 열등생이 되었나_ 유양희
내가 다닌 학교, 아이가 다니는 학교_정지섭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_이설기
2부 다른 교육은 가능할까
좋은 부모보다 좋은 사회가 먼저다_장희숙
영유아 사교육이 아이들 성장에 미치는 영향_김은영
사교육 해방 국민투표를 제안한다_이형빈
대학 서열 해소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_김태훈
시민과 공인을 기르는 교육_ 현병호
제언_영재교육과 엘리트교육_ 송용진
배움터 이야기_'소꾼' 양성소, 책숲 이야기_ 김희동
교육 동향_지역 교육과정으로 살아나는 작은학교_노한나
만남_ 느린학습자에게 정보 격차 없는 사회를!_ 피치마켓
부모 일기_어린 시절을 존중하는 문화_ 이사비나
통념 깨기_책 많이 읽는 아이가 똑똑하다?_ 지은정
또 하나의 창_기후위기, 달라지는 우리 농업과 식탁_ 엄은희
본문 가운데
이러한 학교의 방대한 시험 범위 공지, 그에 이은 내신 대비 학원의 방대한 족집게(?) 강의는 내신 1등급을 만들어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지만 학생들에겐 너무나도 잔인한 방식이다. 왜냐하면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게 나온 경우, 학생은 탓할 대상이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범위를 공지했으며 학원에서는 예상 문항을 짚어주었으니, 소위 다 떠먹여주었는데 네가 받아먹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거기에 “넌 왜 그것밖에 못하니” 하는 부모님의 한마디까지 거들어주면 완벽해진다. 수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연속적인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다. _ 소마, 대치동 키즈가 어른이 되어
아이는 이 모든 프로그램을 거부했다. 아니, ‘선택’하지 않았다. 오로지 정규수업에만 참여하고 공식 하교 시간에 홀로 당당히 교문을 나섰다. 결국 반 평균을 깎아먹는 아이가 되었고, 3월에 본 시험에서 다른 과목은 몰라도 수학은 확실히 반에서 꼴찌를 했다. 나름 학교에서 맡은 중요한 역할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아이를 위해 내신 밑바닥을 깔아주는 역할이다. ‘될 놈만 확실히 밀어주는’ 학교에서 우리 아이의 역할은 아주 지대한 것 아닌가. 대안학교에서 똑똑하단 소리를 꽤 들었던, 총명했던 아이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그렇게 열등생이 되었다. _ 유양희, 똑똑하던 아이는 어떻게 열등생이 되었나
개인의 선택인 듯 보이는 부모들의 양육 방식은 사실 문화, 역사, 제도, 경제 시스템의 상호작용 결과다. 그러므로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부모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사회이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 부모도 아이도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생존 위협을 느끼게 하는, 기울어진 사회를 그대로 둔 채 ‘7세 고시’와 ‘4세 고시’에 뛰어드는 부모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그들이 주는 것은 사랑이지만 사회 불평등이 그 사랑을 ‘경쟁’으로 만든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먼저 좋은 사회가 필요하다. _ 장희숙, 좋은 부모보다 좋은 사회가 먼저다
젊은 시절을 시험공부에 다 바친 이들이 고시를 통과해서는 기득권 집단에 안주하는 사회는 정체되거나 퇴행하기 마련이다. 서울대를 나와 9수 끝에 사법고시를 통과한 사람이 최근에 보여준 행태가 이를 잘 말해준다. 아이들이 시험에 인생을 걸지 않아도 되는 교육과 사회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에 자신이 기여할 바를 찾아 공무를 담당하고자 하는 이들,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교사의 길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게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할 때 공동체의 지속가능성도 높아지고 사회도 진보할 수 있다. _ 현병호, 시민과 공인을 기르는 교육
물론 책은 여전히 훌륭한 배움의 도구다. 앞으로도 책이라는 도구를 다른 방식보다 더 선호하는 사람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하거나 절대적인 방식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종이 뭉치’만 신성한 정보원이라는 사고에서 탈피해서 ‘이 세상’이 모두 방대한 지식의 장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똑똑하다’는 말은 ‘우리는 단일민족이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다’ 같은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이들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그렇게 믿도록 우리에게 ‘심어진 생각’일 뿐이다. _ 지은정, 책 많이 읽는 아이가 똑똑하다?